[리빙 앤 조이] AI는 '春溫病'의 일종··· 지구 온난화 탓
한방칼럼
박찬국 강남 함소아 한의원 원장
온 나라가 조류인플루엔자로 들썩이고 있다. 뉴스를 볼 때마다 닭과 오리가 흙 속에 파묻힌다. 철새들이 조류 인플루엔자를 몰고 왔다고는 하지만 닭과 오리가 건강했다면 거뜬히 이겨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얼마 전 홍콩에서는 취학 전 아동과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300여 명의 독감환자가 발생해 일대 소란을 겪기도 했다.
한의학에 춘온병(春溫病)이라는 게 있다. 말 그대로 봄에 걸리는 열병이다. 날이 따뜻한 봄에 폐렴, 홍역, 디프테리아, 독감 등 열이 나는 병에 걸리는 것이다. 지금 발생하는 조류인플루엔자 및 홍콩의 독감도 한의학에서는 모두 춘온병의 일종으로 보고 있다.
춘온병은 공교롭게도 겨울을 제대로 나지 못해 생긴다. 동물은 겨울잠을 자며 다가올 1년을 준비하고 식물 또한 씨를 숨겨 이듬해 봄을 기다리며 싹을 틔울 힘을 저장한다. 사람도 겨울에는 여름 내 써버린 원기를 잘 보충해야 다음 계절을 건강하게 맞을 수 있다. 특히 아이들은 봄에 성장의 기운을 받아 크기 때문에 겨울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아주 중요하다.
원기를 잘 보충하려면 겨울을 겨울답게 즉, 춥게 나야 한다. 날이 추워야 주리(땀구멍)가 닫히면서 몸 안의 기운이 밖으로 빠지지 않고 잘 모아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면역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요즘은 겨울을 겨울답게 보내기 힘들다. 아파트와 자동차 문화가 발달하고 난방 기구는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다녀야 할 곳이 많은 아이들은 놀기 위해서도 엄마 손을 잡고 문화센터, 놀이교실 등을 찾아 다닌다. 겨울이면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코가 빨개지도록 자치기니, 썰매타기 등을 했던 우리네 어린 시절과는 사뭇 다르다. 여기에 지구온난화도 가세하여 겨울의 온도를 높이고 있다.
문명의 발달과 지구온난화로 늘어가고 있는 춘온병. 이것을 그저 시대의 흐름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우리가 감당해야 할 결과가 너무 크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자연의 순리대로 추운 계절엔 추운 기운을 흠뻑 느끼고 더운 계절엔 더운 기운을 충분히 받아들여야 한다. 에어컨으로 가는 손은 막고, 힘들어도 버스나 자동차 대신 아이와 함께 길을 걸어보자. 컴퓨터와 TV 대신 자연으로 나가 봄 햇살을 만끽하자.
겨우내 저장하지 못한 원기를 회복할 방법도 찾아야 한다. 치커리, 민들레, 씀바귀, 톳나물 같이 쓴 맛의 채소는 몸 속으로 흡수가 잘 안되지만 한 번 먹어두면 그 영향력이 오래가고 원기를 보해준다. 또한 음기가 강해 위로 올라가려는 열기를 잡아주어 몸을 편하게 만든다. 단전호흡도 원기회복에 좋다. 명상을 통해 복식호흡을 하다보면 단전에 기를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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