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연구소로 도약하려면 정부 지원 예산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오는 2015년까지 세계 상위권 연구소로 진입하기 위해 발전기금 1,000억원을 모을 생각입니다."
지난해 8월 이공계 정부출연연구기관 중 최초의 외국인 원장으로 취임해 화제를 모았던 한홍택(68)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은 취임 1주년을 맞아 31일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본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계적 연구소로 도약하기 위해 '글로벌 KIST 캠페인'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 원장은 "개방형 혁신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해외 석학과 연구자들을 초빙하려고 해도 정주 여건이 미흡해 어려움이 많다"면서 "기업 등으로부터 기탁 받은 발전기금을 외국인 숙소 건립 등 글로벌 빌리지를 조성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원장은 취임 후 녹색, 실버, 융ㆍ복합을 중심으로 중점연구 영역을 재설정하고 핵심 원천기술을 발굴하는 데 주력해왔다. 특히 KIST가 개발한 원천기술을 실용화하는 '엔터프레너사업'을 강화해 '솔라 LED 조명등'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한 원장은 "솔라트리, 바이오닉스, 나노 기반 인쇄전자기술, 필드로봇 등 앞으로 3년 내 국가와 사회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투자하고 있다"면서 "KIST가 가지고 있는 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업화하기 위해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 원장은 취임 1년간 조직개편과 우수인력 확보 등을 통해 재도약을 위한 토대가 마련됐다고 보고 이제부터는 세계 수준의 연구소(WCI)가 되기 위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미국과 유럽ㆍ아시아ㆍ중동 등 전세계에 걸쳐 개방형 혁신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국방 연구개발(R&D)에도 적극 참여할 방침이다. 또 연구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고급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KIST 아카데미 설립도 추진 중이다.
이들 사업의 예산은 글로벌 KIST 캠페인을 통해 모금된 발전기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2015년까지 1,000억원을 모금하는 것이 목표다. 한 원장은 "얼마 전 한 기업을 방문해 발전기금 얘기를 꺼냈더니 '요즘 회사 경영이 어렵다'며 손사래부터 치더라"면서 "기금을 모으는 일이 쉽지 않겠지만 대학 총장들처럼 열심히 뛰어다닐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 원장은 취임 후 성과가 뛰어난 책임급 연구인력을 석좌연구원으로 임용하고 개인평가제도도 성과 중심의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등 근무환경을 크게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변화가 연구 성과 창출로 이어져 KIST 연구원들의 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SCI)급 게재 논문이 전년 대비 13.1% 증가하고 특허 출원과 등록 건수도 각각 16.3%, 40.4% 늘었다.
한 원장은 "2018년까지 약 2조5,000억원을 투입해 100조원의 경제 가치를 창출하는 신성장동력의 선도 역할을 KIST가 맡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