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대란설」 몸살/기업 차입의존 심화 “현실화 될지도”

◎「부도방지협약」이 자금시장 교란 불러/정­금융­기업 신용질서회복 협력해야잇단 부도설과 금융권의 이해대립으로 자금시장 기류가 급격히 경색되면서 나라 전체가 「금융대란」설로 온통 몸살을 앓고 있다. 지금까지 시장경제주의자를 자처해온 강경식 경제부총리가 지난 23일 종금사사장단회의를 소집, 「당부반 위협반」의 정부 방침을 밝혔고 김영삼 대통령까지 나서 『정당한 이유없는 자금회수로 기업이 위기에 몰리는 일이 없도록 조치하라』고 지시하는 형편이 됐다. 문제는 현행 기업차입구조 및 금융권 사정상 최고통치권자와 경제부총리의 이같은 당부가 과연 얼마나 제대로 먹혀들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금융기관은 대출을 꺼리고 그 결과 남아돌게 된 자금으로 실세금리는 유례없는 안정세를 구가하고 있지만 한계기업들은 돈줄이 말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금융시장에 부도설이 돌기 시작하면 멀쩡하던 기업도 하루아침에 진짜 부도를 맞게 되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과 경제부총리의 「협박과 회유」가 잠시는 통할지 몰라도 경기침체 지속, 기업의 차입의존도 심화, 금융기관 임직원들에 대한 과다한 대출책임 추궁, 금융권간 이해상충 등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한 부도도미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느닷없이 불어닥친 금융계 사정한파는 금융권을 얼어붙게 함으로써 더욱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금융대란설은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됐다. 우선 부도방지협약이 자금시장을 교란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거래 기업에 협약이 적용되면 한푼도 건질 수 없는 상황이 돼버리자 종금사 등 제2금융권은 자금악화설이 고개를 들면 부랴부랴 채권회수에 나서고 있는 게 사실이다. 웬만큼 튼튼한 기업이 아니면 대기업, 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휘청거리게 된 것. 때문에 어음을 매개로 한 신용거래질서가 붕괴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부도방지협약이 이 모든 상황의 주범일 수는 없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기업쪽에 있다. 최근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중 대다수는 자금흐름을 무시한 채 외부차입으로 몸집을 불려나가는데 혈안이 됐던 기업들이다. 2금융권이 부도설에 민감해진 건 그만큼 한계기업이 많고 그들의 부도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의 무원칙한 여신제도는 당장 고치지 않으면 안되는 우선과제다. 금융기관은 기업에 자금을 대출할 때 담보나 외압에 의하기보다 기업이 추진중인 프로젝트나 사업의 장래성, 사업성 등을 철저히 평가해야 한다. 은행마다 은행장을 배제하는 여신심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대출심사능력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책임지지 않는 은행장」만 양산할 뿐이다. 재정경제원과 한은은 금융개혁안을 놓고 서로 「밥그릇 챙기기」에 골몰하고 있다. 중앙은행 독립, 금융감독기관 통합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들 기관이 대립하는 동안 금융시장은 방치되고 있다. 기껏해야 제2금융권을 상대로 『대출금을 조기회수하는 금융기관은 특별검사의 칼날을 피할 수 없다』는 엄포가 고작이다. 지금은 시장원리를 무시하며 칼을 휘두를 때가 아니라는 게 금융권의 지적이다. 은행권과 비은행권의 상충된 이해관계를 조정해줄 묘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같은 중재역할의 부재 속에서 부도방지협약은 필요악이 되고 있다. 대부분의 금융전문가들은 협약의 보완을 통해 운용의 묘를 살려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협약이 한계기업의 퇴출을 인위적으로 막아 신용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참고해야 할 것이다. 최근의 금융위기는 근본적으로 기업들의 무모한 빚내기경영과 몸집불리기경영, 금융기관의 무원칙한 여신제도가 빚은 합작품으로 볼 수 있다. 기업들은 아직도 구조조정을 머뭇거리고 있다. 8%대로 떨어져야할 제조업 재고증가율은 여전히 13%를 웃돈다. 제조업의 차입금의존도는 90년 44.6%에서 지난해 47.7%로 높아졌다. 차입위주 경영과 무모한 확장이 금융기관들을 불안케한 주범인 이상 해결의 책임중 상당부분은 기업들에 있다는 게 중론이다. 부도방지협약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은 물론 신용질서위기의 극복방안을 정부와 금융계, 기업이 합심해 마련해야할 것이다.<손동영>

관련기사



손동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