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2006 한국건축문화大賞] 해송원 건식축조방식

제주도 돌담처럼 '투박 美' 재현

해송원은 자연과 어우러지는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장인의 손길을 강조하는 건식축조방식을 택했다. 건식축조방식이란 석재를 쌓을 때 철물로 고정하는 방식인데, 모르타르나 실리콘으로 구조체와 석재 사이를 채우는 습식축조방식보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드는 ‘아날로그적 접근법’이다. 하루 걸릴 공사를 2주 걸려서 완성해야 했던 건식축조방식은 해송원의 1층 강당을 보면 그 개성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 1층 강당의 창문은 외벽의 적층된 거친 석재 쌓기를 내부까지 끌어들여 외벽체의 사이 공간을 그대로 드러냈다. 특히 강당의 짙은 회색 빛 고흥석 벽체는 돌과 돌 사이의 틈을 통해 낮에는 밖에서 안으로 빛이 스며 들어오고, 밤에는 안에서 밖으로 빛이 새어나가는 정감 있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돌벽이 창 밖의 바다와 해송을 가렸을 지 몰라도 마치 제주도의 돌담처럼 훨씬 자연스럽고 투박한 아름다움을 재연해낸 것이다. 건물의 내ㆍ외장재도 규격화된 획일적 자재들을 배제했다. 노출 콘크리트 마감, 규격화되지 않은 거친 느낌의 석재, 내장 대리석의 건식 부착, 적삼목과 경량 아연도강판 등의 정감 있는 재료들은 해송원을 주변 자연경관에서 결코 튀지 않고, 오히려 주변의 다양하고 무질서해 보이는 요소들을 해석해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해송원은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대지 위에 해안 암석층과 조화를 이루는 거친 회색 돌들로 적층하고 바다와 건물이 하나가 되도록 건물의 많은 부분을 투명유리로 감쌌다. 옥외계단은 조형성을 강조하기 위해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했으며, 수평적 건물과 균형을 이루고 있는 기둥의 수직선과 벽체에서 자라난 듯한 계단으로 만들어진 사선이 대비를 이루도록 했다. 또한 건물의 내외부 노출콘크리트 원형기둥은 강한 힘이 느껴지는 해송과의 조화를 고려했고, 한실 전면창의 적삼목 루버(기둥)들은 해송 숲과 세로로 중첩되면서 질서감을 강조했다. 2층 복도의 혼드 마감된 대리석 곡면 벽체는 빛을 흡수하지만 1층 식당의 투명유리와 에칭 유리곡면 벽체는 빛을 반사 또는 산란 시키는 동시에 외부의 풍경을 내부로 끌어들여 대조적인 느낌을 준다. 2개 층 높이의 노출 콘크리트 마감 벽체는 해송 숲 사이로 비춰지는 오후의 강렬한 태양빛을 부드러운 빛깔로 바꿔준다. 건축주 정유근 대양상선 대표 "최적의 인재교육 건물 짓고 싶었다" “창의력 있는 인재를 키우려면 창의적인 연수원이 필요했습니다” 정유근 대양상선 대표는 “자본 집약적인 해운업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직원들이 깊이 있는 논의를 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했다”라며 “일반 콘도미니엄처럼 방만 많이 있는 연수원이 아니라 쾌적하고 조용하면서도 인텔리전트 교육이 가능한 장소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 대표의 설계 주문은 간단했다. 첫째, 대한민국에서 제일 좋은 건물을 만들어줄 것. 둘째, 건물은 높지 않고 자연의 원형을 그대로 살려서 지어줄 것. 셋째, 비용은 걱정하지 말 것.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정 대표는 “내가 원하는 것만 말한 뒤로는 건물의 취지를 오히려 벗어날 까봐 지켜보기만 했다”며 “완공한 모습은 정말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해송원은 지난해 12월부터 직원들이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정 대표는 한달에 한번은 해송원에 가기 위해 남해를 향한다. 정 대표는 “운송업은 서비스업이고, 서비스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좋은 인재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 만큼 교육에 아끼지 않고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GE 사내연수원 크로톤빌 보고 착안
"사람이 바뀌어야 회사 바뀐다" 창의력 향상 도움되도록 만들어
해송원은 GE의 사내연수원 크로톤빌(Crotonvilleㆍ잭웰치리더십센터)을 보고 착안한 작품이다. 크로톤빌은 ‘인재사관학교’로 통하는 GE의 핵심인재교육이 이뤄지는 연수원. ‘CEO가 되려면 크로톤빌로 가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크로톤빌이 처음 설립된 것은 지난 56년 랄프 코디너 회장에 의해서 였다. 당시만 해도 직원교육을 위해 내부 교육시설을 짓는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81년 취임한 잭 웰치 회장은 취임 즉시 연수원의 시설을 주입식교육에서 리더양성교육으로 전면 전환한다. 크로톤빌이 세계 최고의 인재를 양성해내는 인재사관학교로 불리게 된 것은 이 때부터다. 정유근 대양상선 대표는 직원연수원을 짓는다면 GE의 크로톤빌처럼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사람이 바뀌어야 회사가 바뀐다’는 웰치 회장의 철학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그 출발점은 고급스럽고 사색이 가능한 공간, 즉 건축물이었다. 건축문화대상 1회 대상 수상작인 한샘 시화공장이 ‘생산라인에 인간이 구속되지 않고, 인간이 생산라인을 창조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면, 15회 대상 수상작인 해송원은 인간의 창의력을 키우는 도약대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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