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세월호 참사] "친구들아 늦게 와서 미안해" … 눈물만 뚝뚝

단원고 생존 학생들 퇴원 후 합동분향소 찾아

'친구들아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해.'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 구조돼 고려대 안산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퇴원한 단원고 2학년 학생 70명이 30일 안산 화랑유원지 세월호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곳에는 함께 제주도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고인이 된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이날 안산 고대병원을 퇴원하면서 부모와 함께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버스 5대에 나눠탄 학생들은 이날 오후2시17분 합동분향소 주차장에 도착한 뒤 부모의 손을 잡고 분향소로 발길을 옮겼다.


버스에서 내린 학생들은 애써 덤덤한 표정을 지었지만 긴장된 모습이 역력했다. 아이들은 살아남았다는 자책감과 친구에 대한 미안함을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는 것으로 대신했다. 학생들이 분향소 입구에 들어서자 조문 차례를 기다리던 조문객들이 학생들을 위해 일제히 길을 열었다. 저마다 흰색 셔츠에 검정색 하의를 입은 아이들이 한 명씩 어른의 손을 잡고 분향소로 들어섰다. 검은색 정장이 없어 하얀 교복 셔츠에 짙은 회색 교복 바지를 입은 아이도 있었고 아빠의 셔츠를 빌려 긴 소매만 돌돌 말아 입고 친구에 대한 예를 다한 여학생도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한 명당 한 송이의 헌화용 국화꽃이 주어졌다. 한 송이 국화꽃은 친구들 하나하나에 바치기에는 너무 부족했다. 가로 80m의 총 4단으로 이뤄진 영정 제단을 지나치면서 이름순도, 번호순도 아닌 채로 놓인 친구들의 영정사진을 찾는 일은 어려워 보였다. 아이들은 한명 한명의 친구 영정 사진을 머릿속에 넣으며 함께 살아오지 못한 미안함을 전했다. 특히 함께 밥을 먹고 수다를 떨던 친구와 마주칠 때면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멍하니 쳐다보곤 했다. 영정 제단에 비어 있는 공간을 보더니 아직 돌아오지 못한 친구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일부는 친구를 찾자마자 손을 뻗거나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기도 했다. 남자반 여자반이 따로 나뉘어 있는 만큼 그간 서먹했던 이성친구들의 얼굴도 하나하나 기억하겠다는 듯이 눈에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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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학생은 친한 친구들의 영정이 모여 있자 영정을 향해 손을 뻗으며 어깨를 들썩였다. 많은 아이들이 다리에 힘이 풀려 걷지 못하고 어른들의 손에 이끌렸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시민들도 목까지 차오르는 울음을 삼키면서 분위기는 더욱 숙연해졌다. 소리 내 울던 조문객들도 친구와 선생님을 잃은 아이들 앞에서 숨소리 하나 내지 않도록 조심했다.

아이들은 대부분 의연하게 조문을 마쳤다. 하고 싶은 말을 뒤로 하고 아이들은 다음 작별인사를 기약했고 버스에 올랐다. 한 시민은 "저 아이들 친한 네 명 중 세 명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리고 미안하다"며 "저렇게 어른처럼 의연해서 더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이날 유난히 흐느끼던 조문객 중에는 세 명의 중학생도 있었다. 실종자 고창석 선생님의 전 학교 제자들이었다. 이날 "아직 살아계신다고 믿는다"고 소원지에 편지를 남긴 최효진(15)양은 "가르침을 받은 적은 없지만 제가 친구와의 오해로 울고 있었을 때도 다가와서 위로해주신 선생님"이라며 "꼭 다시 뵐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다"고 소망을 전했다.

부모의 부축을 받으며 조문을 마친 학생들은 2시40분 다시 버스에 올랐다. 학생들은 제3의 장소에서 당분간 합숙을 하며 치유치료를 받게 된다. 이번 학생들의 분향소 방문은 친구들을 꼭 좀 보고 싶다고 해서 학생들이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고 학부모 대표는 설명했다. 고대 안산병원에 치료를 받던 74명 가운데 70명이 이날 퇴원했고 4명은 치료를 더 받고 퇴원하게 된다. 차상훈 고대 안산병원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입원학생 가운데 상태를 더 지켜봐야 하는 4명을 제외한 학생 모두 점심식사를 마친 뒤 퇴원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는 "입원학생 상당수의 상태가 많이 호전됐고 퇴원 후 외래진료가 가능하다고 판단돼 환자 본인과 보호자 동의를 얻어 학생들을 퇴원시키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오전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등 그룹 사장단 50여명이 합동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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