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러시아 푸틴-메드베데프, 권력분점 잘될까

"푸틴, 사실상 실력자 역할 할것"전망속<br>메드베데프, 점차 홀로서기 할 가능성도

러시아 푸틴-메드베데프, 권력분점 잘될까 "푸틴, 사실상 실력자 역할 할것"전망속메드베데프, 점차 홀로서기 할 가능성도 강동호 기자 eastern@sed.co.kr 러시아의 차기 대통령으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가 당선됨에 따라 앞으로 러시아 정치에 '메드베데프 대통령-푸틴 총리'라는 사상 초유의 쌍두마차 체제가 탄생하게 됐다. 러시아 유권자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현 대통령이 3선 금지 조항을 돌파하기 위해 메드베데프를 후계자로 지목하고 자신은 그 밑에서 총리를 맡겠다고 한 공언을 높은 지지율로 승인한 것이다. 이에 따라 푸틴은 심복을 권력의 중심에 세움으로써 정치 보복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고 대통령직을 떠난 후에도 권력을 행사하고 싶다고 한 뜻도 이루면서 장기집권 구상을 구체화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러시아 정가에서는 푸틴이 사실상의 실력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메드베데프가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의 권한을 충분히 활용해 푸틴과 그 측근들을 견제해나갈 것이라는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처음에는 푸틴이 국정에 깊숙이 관여하겠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메드베데프가 친정체제를 강화하면서 입지를 넓혀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세계인들은 이 둘의 불협화음 가능성에 주목한다. '권력은 혈육 간에도 나눌 수 없다'는 금언처럼 대통령이라는 최고의 권력을 잡은 메드베데프가 자신 혹은 다른 사람들에 의해 생각지도 않았던 뜻밖의 잠재된 재능을 발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고분고분한 후계자로 비쳤던 메드베데프에게 푸틴을 밀어내야 한다는 유혹과 이를 정당화해줄 일정 정도의 국민적 지지가 뒷받침된다면 상황은 급속도로 바뀔 수도 있다. 메드베데프의 측근들이 법과 전통에 따라 크렘린에 부여된 권력을 기대할 것은 자명하고 이 경우 기존 푸틴 지지자들과의 권력다툼이 빚어질 수 있다. '신뢰와 충성'으로 맺어진 둘의 관계에 언제든지 금이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지난 1985년 콘스탄틴 체르넨코 전 공산당 서기장에게서 권력을 넘겨받은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각종 개혁을 통해 공산체제 종식을 주도한 사례를 들며 "꼭두각시가 강력한 지도자라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기도 한다"고 전했다 메드베데프는 최근 한 포럼에서 "권력은 한 곳에서 나온다"고 밝힌 적이 있고 거의 같은 시기에 푸틴 대통령은 "메드베데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그의 초상화를 사무실에 걸 용의는 없다"고 말해 미묘한 파장을 남겼다. 마이클 매코널 미국 국가정보국장도 2월 초 하원 청문회에서 "둘의 공생(共生)이 러사아의 미래에 대한 의문을 낳고 있다. 총리의 권한 강화와 대통령의 권한 약화와 같은 시스템적 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역사학자 로이 메드베데프도 "권력의 공생은 역사를 거슬러보면 항상 재앙으로 끝났다"면서 "그러나 효과적 권한분배는 러시아 정치 역사에 좋은 선례가 될 수도 있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옛 러시아 황제 문양에 새겨진 쌍두(雙頭) 독수리처럼 이번 푸틴과 메드베데프의 권력분점 실험이 사이 좋게 먹이를 나눠 먹는 효과적인 체제가 될지 아니면 서로 먹이를 먹겠다고 다투다가 파국으로 끝나버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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