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국 헤지펀드 광고 규제 80년 만에 해제

미국에서 헤지펀드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투자금을 모으기 위해 광고를 할 수 있게 됐다. 사모펀드 투자과정이 투명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일반인들이 투자사기 피해를 당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10일(현지시간) 헤지펀드, 사모펀드, 기타 사적투자자산 운용자들이 일반대중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할 수 없도록 한 조항을 폐기하기로 의결했다. 헤지펀드의 광고는 소규모 투자자들이 위험한 투자에 뛰어들어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지난 1933년 대공황 이후 금지돼왔다. 이번 조치는 신생기업 및 중소기업 투자펀드, 헤지펀드, 사모펀드의 자금모집 광고를 허용한 신생벤처육성지원법인 '잡스법(JOBS Act)'이 지난해 미 의회를 통과한 데 따른 것이다.

대신 SEC는 사는 집을 제외한 순자산 규모가 100만달러 이상이거나 최근 2년간 연소득 20만달러 혹은 배우자와 합산한 연간소득 30만달러가 넘는 경우에만 헤지펀드 상품을 팔 수 있도록 제한했다. 미국에서 순자산 총액이 100만달러가 넘는 가구는 총 800만가구, 전체의 7.4% 정도이다.


SEC에 따르면 지난해 사모 방식으로 기업들이 조달한 자금은 8,990억달러에 달하는데 펀드들이 자금모집을 알릴 수단이 확대되면서 사모투자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상장사 주식 등 비유동성 자산거래 사이트인 세컨드마켓의 배리 실버트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정보를 접할 수 있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사모펀드와 중소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련기사



하지만 투자자 보호장치가 미흡해 규제폐지가 투자자를 상대로 한 사기를 조장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SEC의 금지조항 폐기에 유일하게 반대표를 행사한 루이스 아길라르 위원은 "사기꾼들이 던진 더 큰 그물에 일반인들이 걸려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항 폐지에 찬성했던 엘리제 월터 SEC 위원도 "규제완화와 광고증가로 투자자들이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SEC는 이날 회의에서 기업이 헤지펀드 등 사적 투자자산운용펀드 지분을 처분하려면 15일 전에 SEC에 통보하고 지분매각이 끝난 뒤 다시 통보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함께 의결했다.

박준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