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사업부 등 매각 기업분리·조직슬림화미 펩시코사의 로저 엔리코 회장(52)은 지난 86년 책 한권을 내놓았다. 「명멸하는 적군:펩시는 코카콜라를 이렇게 이겼다」라는 제목이었다.
지난해 4월 펩시코의 회장 취임식에서는 직원들게게 『끊임없이 변화하라』고 독려했다. 이때까지만도 그의 얼굴에는 자신감 밴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취임 1년도 되지 않은 지금 엔리코의 얼굴은 다르다. 미소는 떠나지 않지만 수심이 가득하다. 음료사업부인 펩시콜라는 코카콜라에 눌려 맥도 못추더니 지난해 4분기에만 국제시장(미국 제외)에서 4억달러 이상의 적자를 보았다. 95년 동기에 3백만달러에 불과하던 적자가 1년새 10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주당순이익(EPS)는 11센트가 하락, 24달러로 내려 앉았고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경제전문 포천지는 최근 커버스토리에서 펩시가 위기에 빠졌다고 전했다.
지난달 24일 엔리코는 결국 그룹경영 정상화를 위한 극약처방을 내렸다. 부진에 빠진 레스토랑 사업부를 1백10억달러에 분리(스핀오프)키로 한 것이다. 조만간 연매출 30억달러 이상을 올리고 있는 식품사업부도 매각할 방침이다. 기업분리를 앞두고 그는 전례없이 고민을 거듭했다고 한다. 피자헛과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KFC), 타코벨 등을 그의 품에서 떠나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몰락하고 있는 펩시콜라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업을 분리, 조직을 슬림화하는 방법밖에는 없다는 판단이 앞섰다.
1983년 38세의 젊은 나이로 미국을 대표하는 펩시콜라 사장에 오른 엔리코. 그는 80년대 중반 마이클잭슨과 마돈나 등을 광고모델로 내세우면서 파격을 몰고 온 장본인이기도 하다. 펩시를 살리기 위해 그가 내놓은 또한번의 파격적 처방(기업분리)이 성공할지 주목된다.<김영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