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만 웃는 한국, 허리부터 무너진다
신용 불량 중산층까지 옮겨가나월소득 300만원 이상 워크아웃 신청 급증전문가들 "상환기간 장기화로 부담 줄여줘야"
이유미기자yium@sed.co.kr
빚 독촉을 견디다 못해 신용회복위원회에 신용회복지원절차(워크아웃)를 신청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흐름에서 주목할 부분은 월소득 300만원 이상으로 중산층 대열에 들어선 사람들의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 부실의 고름이 경제의 허리인 중산층에까지 전염되고 있다는 얘기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집계 결과를 보면 지난해 전체 워크아웃 신청 건수는 7만6,839건으로 전년(7만7,308건)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사정이 다르다. 지난해 워크아웃 신청자들 중 월 소득 300만원 이상 중산층의 비중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월 300만원 이상 소득자 중 지난해 워크아웃 신청 건수는 480건으로 전년 동기(377건) 보다 27.3% 증가했다. 이는 월소득 150만원 초과~300만원 이하 소득계층의 워크아웃 증가율은 24%를 웃도는 것으로 중산층의 신용 상태에 경고 신호가 켜졌음을 의미한다.
준 신용불량 상태에 빠지는 사람들의 수도 크게 늘고 있다.
금융권 연체가 3개월 미만인자로 채무불이행 상태가 되기 전에 채무조정에 나서는 프리워크아웃 비중은 모든 소득계층에 걸쳐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소득군별로 월 소득 ▦150만원 이하 9,766건 ▦150만원 초과~300만원 이하 4,324건 ▦300만원 초과 302건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94.6%, 110.5%, 41.8% 증가했다. 프리워크아웃의 추이는 앞으로 가계 신용 향방을 가늠하는 지표 중 하나로 프리워크아웃 비중이 증가했다는 것은 잠재 신용불량자가 그만큼 늘었음을 의미한다.
전체적인 부채 규모의 증가도 문제다.
가계부채 위기가 고소득층으로 빠르게 옮겨가다 보니 워크아웃 신청자의 신용회복 지원을 원하는 액수가 거액화하고 있다.
개인워크아웃 신청자 가운데 빚 규모가 5,000만원을 넘고 1억원에 못 미치는 사람은 2010년 4,809명에서 지난해 5,261명으로 9.40%의 증가율을 보였다.
빚이 1억원을 넘는 사람은 1,406명에서 1,695명으로 20.55%나 늘었다. 빚 규모 역시 프리워크아웃을 신청한 경우가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더욱 잘 드러냈다. 프리워크아웃 신청자 가운데 5,000만원이 넘고 1억이 안 되는 부채 상환에 도움을 청한 신청자는 2010년 924명에 그쳤으나 지난해엔 1916명으로 무려 107.36%나 늘었다. 1억원이 넘는 부채 상환 구조를 요청한 사람도 678명에서 916명으로 35.10%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가계 신용문제가 단기간 내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기 침체의 곡선이 단기간에 끝날 것같지 않고, 침체의 골 또한 깊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보다 장기적인 가계 부채 청산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시중은행의 한 개인 여신 담당자는 “금리 부담을 낮춰 주려는 노력과 더불어 국내 금융기관들이 상환기간을 장기화 하는 방식으로 가계의 상환부담을 줄여주는 것도 한 가지 대안”이라며 “가계부채가 국내 경기에 걸림돌이 되지 않게 종합적인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