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3월 26일] 자원외교와 한미 원자력협정

이명박 대통령이 오는 4월 중순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부부의 초청을 받아 캠프데이비드에 머물면서 한미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라는 청와대의 공식발표가 있었다. 필자는 대통령 취임 두 달도 안 돼 미국과 일본을 방문한다는 발표내용을 보면서 ‘국익을 위해서라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대통령의 실리외교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오는 2014년 만료 예정인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논의가 한미 동맹관계 강화 차원에서 본격화되기를 기대한다. 에너지 자급률이 2.4%로 전기의 40% 이상을 원자력에 의존하는 우리 현실을 감안할 때 원자력 연료를 자체 조달하지 못한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1973년 발효된 한미원자력협정으로 여러 가지 혜택을 누리는 동시에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확대에 대한 제재를 함께 받아왔다.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를 평화적으로 이용하는 기술에 원천적으로 접근이 허용되지 않았을 뿐더러 관련 기술과 장비의 이전 등에 대해 미국의 ‘사전동의 또는 공동결정(Joint Determination)’ 등을 받도록 돼 있다. 수년 전 우리 과학기술자들은 파이로 프로세싱이라는 최신 기술을 고안했다. 사용후핵연료를 핵확산 우려 없이 고준위폐기물과 재활용이 가능한 우라늄ㆍ플루토늄으로 구분하는 기법이다. 그러나 한미원자력협정 때문에 한국 내에서는 사용후핵연료를 갖고 직접 파이로 프로세싱 실험을 하는 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다. 한미원자력협정은 미국 측의 사전동의나 허락 없이는 우리나라가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우리 정부는 1990년대 초 북핵 위기를 풀기 위한 방편으로 북한과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해 농축과 재처리 행위를 스스로 포기한 바 있다. 북한은 영변원자로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추출하고 핵실험을 했을 뿐만 아니라 우라늄 농축 의혹도 사고 있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파기했음에도 (공동선언이 유효한지도 의문이지만) 우리 정부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편 일본은 수십년에 걸쳐 미국의 신뢰를 얻기 위한 기술ㆍ정치ㆍ외교적 노력을 해온 결과 1988년 미일원자력협정 개정으로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이용 등 원자력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자율 실험ㆍ연구를 포괄적으로 허용받아 로카쇼무라 지역에 대규모 상용시설을 완성한 상태다. 물론 한반도의 특수한 안보환경 등으로 한미원자력협정과 미일원자력협정은 그 정도와 내용이 다를 수밖에 없다. 또한 지난 수년간 우리 원자력연구기관이 보여준 행태는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의 신뢰를 쌓는 데 큰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극미량이기는 하지만 예전에 우라늄을 임의 농축했던 사실이 밝혀졌고 최근에는 우라늄을 분실하는 등 관리 체계에 큰 구멍이 뚫려 있었던 점이 밝혀진 만큼 지금부터라도 미국 등의 신뢰를 쌓는 데 절치부심해야 한다. 원자력외교 선진화 차원에서 우리 정부가 분명하게 인식해야 할 두 가지 사실이 있다. 한미원자력협정 추진과정에서 미국은 정책의 우선순위를 핵 비확산 측면에 두고 있다는 것과 한국은 원자력 외교전문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과거 한미 양측의 원자력 대표단 구성을 살펴보면 한국은 외교 전문가 또는 핵 비확산 전문가를 찾아보기 힘들지만 미국은 핵 비확산 전문가 또는 외교 전문가를 다수 보유하고 있어 원자력정책을 외교 측면에서 내부적으로 충분히 조율.보완하고 있다. 이제는 국정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원자력 과학기술자와 외교안보 전문가, 핵 비확산 전문가 등 국제 수준의 원자력 전문가 양성에 관심을 보여야 한다. 또한 자원외교 선진화를 위해 지식경제부가 제2차관을 중심으로 해외자원 개발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해외자원 확보는 지식경제부가 주관이 돼 부처 간 기능 중복을 피하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전지구적 기후변화 대응에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확대가 현실적인 유일한 대안이다. 원자력발전이 활성화되려면 사용후핵연료의 평화적 재활용이 필수다. 우리가 미국의 혈맹이며 정치ㆍ경제적 동반자라는 점을 부각시킨다면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이 어렵게만 볼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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