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IT산업 재도약 하려면

세계 유수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한국을 벤치마크 하고 한국의 IT 기술이 세계 최고의 위상을 가지고 있다는 말은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아니다. 그러나 중소 IT 기업을 위주로 한 최근의 IT 산업의 정체는 한국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중요한 산업 기반을 순식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위협 요소가 되고 있다. 코스닥에 상장돼 있는 IT 기업들은 채 2년도 못돼 주인이 바뀌거나 사업을 철수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런 불확실성은 주식시장에서 IT 기업들의 인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펀드위주의 간접투자가 확대됨에 따라 코스닥 시장에서 이들의 주가는 더욱 하락하고 있으며 이는 IT 기업에 대한 벤쳐투자의 급감을 초래하고 미래의 IT 산업에 대한 불안을 심화시킨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IT 발전이 소비자들의 진정한 니즈(needs)를 반영하지 못 한 데서 찾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한국의 IT는 철저히 기술적인 면에서만 발전을 추구해왔다. 더 높은 성능에 더 낮은 가격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집중해온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의 감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기술발전만으로는 더 이상 소비자를 기쁘게 하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기술발전만을 추구하는 IT는 투자 대비 성장성의 한계를 갖게 됐다. 따라서 여기에 매력을 잃은 투자자들이 IT에의 투자를 기피하게 되고 결국 총체적인 IT의 성장 정체라는 함정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 수년 동안 점차 관심이 증대되고 있는 ‘유비쿼터스’와 ‘컨버전스’라는 개념은 바로 이와 같은 IT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적절한 수식어로 보인다. 일반 소비자들에게 익숙해진 IT 기술을 유틸리티로서 활용해 이를 다양한 산업에서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IT를 활용해 사용자의 편리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수단인 ‘유비쿼터스’와 다양한 산업에 활용하는 ‘컨버전스’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근래에 무선통신, 디스플레이, 렌즈, S/W 패키징 등의 IT 기술을 바탕으로 의료기기들을 디지털화해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출현했는데 이를 ‘컨버전스’의 전형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이 외에도 IT 기술을 엔터테인먼트에 적용한 게임이나 교육 분야에 접목한 온라인 교육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이러한 경향이 보안ㆍ환경ㆍ건설 등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로봇 기술로 표현될 수 있는 센서와 데이터베이스 기술의 발전은 감성적 욕구의 충족을 가속화시킨다. 이들의 발달은 과거에 IT 기기가 미리 정해진 시나리오에 따라 수동적으로만 대응하던 것을 이제는 ‘대화하는 로봇’등과 같이 기기 스스로가 주어진 상황에 따라 감성을 가지고 판단하도록 진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IT의 방향 전환을 위해서는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첫째, IT에 대한 액세스(access)이다. 한국의 IT가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하더라도 이의 활용은 소수의 IT 전문가들에게 국한돼 있다. 이들은 IT 기술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만 이를 어디에 응용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따라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IT의 실체를 이해하고 발전된 IT 기술을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교육수단이 필요하다. 둘째, 자금과 인력의 흐름이다. 현재 IT는 이미 상당한 수준의 인력풀을 보유하고 있으나 IT로의 자금 공급은 급격히 감소되고 있다. IT 인력을 컨버전스 서비스분야에서 활용하고 자금 공급을 확대해 자금과 인력의 흐름이 원활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기획력이다. 이제 미래 IT 발전에 대한 기획은 IT만 전문적으로 연구 온 IT 전문가보다는 IT에 대한 이해도 충분하지만 다양한 분야에 고루고루 경험을 갖춘 사람이 필요하다. 이러한 사람들이 IT 기획에 다수 포진돼야만 IT 기술의 지속적 발전과 IT의 응용분야 확산을 균형있게 이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IT 발전을 이끈 정보통신부가 해체된다고 한다. 이제는 문화관광부ㆍ교육인적자원부ㆍ산업자원부등이 나서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바라며 나아가 우리나라의 제2의 IT 도약을 기대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