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현대그룹<선텍시티 빌딩공사>(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

◎「하자0」 한국시공력 입증/싱가포르 수주몰이 “견인”/일사 건설포기 불구 공기단축·섬세한 조형 쾌거/하청업체와 형제처럼… 무재해 400만인시 위업도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이스트코스트파크웨이(ECP)를 따라 도심쪽으로 20여km를 달리다 보면 시청을 중심으로 거대한 빌딩군이 모습을 드러낸다. 도시국가 싱가포르의 새로운 중심가로 급부상하고 있는 테마섹가다. 기존의 오차드가에 형성돼 있던 각종 업무·상업·금융시설들이 최근 이 일대로 빠른 속도로 이전하고 있다. 이 테마섹가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건물군이 있다. 현대건설이 한창 마무리공사중인 선텍시티다. 선텍시티는 45층짜리 오피스타워 4개동과 18층짜리 오피스 1개동, 5층짜리 상가 1개동, 그리고 8층짜리 국제회의장등 모두 7개동으로 이뤄진 콤플렉스다. 업무와 상가시설, 회의시설이 갖춰진 명실상부한 무역도시 싱가포르의 중심이다. 선텍시티 공사는 모두 5단계로 진행됐다. 이가운데 1∼2단계의 파일및 지반공사는 일본 업체가 맡았다가 공기지연과 시공력 문제등으로 중도하차했고 건축부문인 3단계 공사부터 현대건설이 쌍용건설과 공동수주했다. 지금은 마지막 5단계 공사의 마무리작업이 한창으로 45층짜리 오피스타워 2개동과 위락시설및 극장, 상가로 이뤄진 포디엄 공사가 진행중이다. 오는 5월말이면 연면적 14만8천여평의 대규모 공사를 마치고 아시아무역의 거점인 싱가포르의 새로운 중심으로 우뚝 서게 된다. 총공사비가 10억달러에 달하는 선텍시티 현장은 현대건설에게 단순한 건축공사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싱가포르를 동남아 건설시장의 전초기지로 삼고 있는 현대로서는 선텍시티 공사의 성공적인 마무리가 기타 다른 지역의 수주사업에까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더욱이 공사감독과 감리가 까다롭기로 소문난 싱가포르이기 때문에 공사의 차질없는 진행은 큰 의미를 지닐 수 밖에 없다. 현재 선텍시티 공사현장은 무재해 4백만인시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건설 직원은 관리자와 엔지니어를 포함 13명에 불과하고 현장근로자는 현지인이 대부분인 이곳에서 무재해 4백만인시를 달성했다는 것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실제로 인근 일본업체들의 공사현장의 경우 작업중인 타워크레인이 무너지는 등 사고가 잇따라 공기가 지연되는등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곳 싱가포르인들에게는 「현대건설」은 낯익은 이름이다. 현대는 선텍시티뿐 아니라 싱가포르 곳곳에서 콘도, 매립지, 공항공사를 수행해 왔으며 현재 16개의 현장에서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현재 공사가 한창인 창이매립지 공사도 바로 현대가 맡고 있다. 싱가포르는 도시국가로서 상대적으로 국토가 좁기 때문에 매립사업은 국책사업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고있다. 현대가 이같은 상황의 싱가포르 건설시장에서 얻은 지명도는 상당히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현지 건설업계에서는 「현대가 창이매립지 공사를 통해 싱가포르 국토면적을 10% 늘리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창이매립지에 들어서 있는 싱가포르의 관문인 창이국제공항도 현대건설이 시공한 대표적인 경우다. 선텍시티에서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부분은 국제컨벤션센터다. 8층짜리 철골조건물인 컨벤션센터는 전체 건물이 가로,세로 각 96㎝짜리 정사각형 패널로 이뤄져 있다. 이는 외벽뿐 아니라 건물내부까지도 모두 같은 형태로 설계돼 있어 건물 전체가 통일성을 지니고 있다. 단 1㎝의 오차가 있어도 안되는 섬세함을 요구하는 공사였다. 물론 이 지역 공사가 그리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었다. 이정우 소장이 4년전 처음 현장소장으로 왔을 때만 해도 잔여공사 기간은 2년이었지만 작업지연으로 공기를 맞추기가 불가능해 보였다. 이에 이소장은 우선 2개월단위로 공사계획을 수립, 이를 맞춰나가는 식으로 공사를 진행했다. 또 매일 새벽회의를 열어 당일 작업현황을 체크하고 일과후에는 또다시 회의를 주재, 공사진척도를 점검하는 식으로 공사를 수행해 나갔다. 덕분에 공사를 기간내에 완료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당초 5단계 공사 마무리시점인 7월말보다 2개월 앞당긴 5월말에 준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1백30개사에 이르는 협력업체 관리도 큰 어려움이었다. 공사과정에서 일부 하청업체들은 자금난등으로 탈락할 위기도 많았지만 현대는 이들 업체에게 공사비를 미리 지급, 부도위기를 넘겨주기도 했다. 따라서 공사완료시점이 임박한 지금까지 중도탈락한 현지하청업체가 거의 없다. 현대건설은 이곳 싱가포르 건설시장에서 하청업체와의 유대관계가 좋기로 유명하다. 또 현장관리능력도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건설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현지 업체와 근로자들은 다른 현장에서도 무척 뛰어난 시공능력을 갖춘 것으로 인정돼 싱가포르 건설기술력에도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측이 이처럼 싱가포르 건설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철저한 현지화를 추구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안전 및 환경문제에서 싱가포르 정부와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현지 협력업체와도 클레임없이 모범적인 협력관계를 갖고 있다. 1819년 영국령에 포함된 이후 중국 광동인과 인도인들이 대거 이주해 오면서 아시아무역의 중심지로 떠오르기 시작한 싱가포르. 2차대전의 아픔을 딛고 지금은 세계 최대규모의 컨테이너항을 갖춘 세계적인 무역항인 이곳 싱가포르에서 현대건설은 동남아 건설시장의 전초기지를 확고히 다지면서 세계적인 종합건설업체로 거듭나고 있다.<싱가포르=정두환> ◎현지 외국 근로자가 본 현대건설/사업추진·성실성 탁월… 기술력도 일 앞질러 『베리 굿』 선텍시티 현장의 전기부문 엔지니어인 마가렛 고(27·여)는 「현대건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대해 엄지손가락을 세워보이며 이렇게 대답했다. 그녀는 『현대건설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현지인과의 관계가 무척 좋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현지인과의 좋은 관계 유지는 현장의 현대건설 직원과 현지인들이 웃으며 농담을 나누는 모습을 자주 볼수있는데서 쉽게 알수있다. 자재담당인 헨리 림씨는 『현대건설의 사업추진력과 성실성은 어느 업체보다 뛰어나다』며 『지난 94년 한국의 다리(성수대교)와 백화점(삼풍백화점) 붕괴는 시공력의 문제라기 보다는 오히려 감리쪽에 더 큰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감리가 철저한 싱가포르 내에서 현대건설등 국내업체의 시공력을 봐서는 그런 사고가 발생했다는게 이해가 안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곳 현지 기술자들은 국내 건설업체의 시공능력이 일본과 거의 대등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일본의 수미추사 현장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엔지니어 지 씨 왕은 『싱가포르에 진출해 있는 일본 건설업체는 대부분 이름만 내걸고 엔지니어등은 현지인을 쓰기 때문에 기술력에 문제가 많다』면서 『반면 현대는 자사의 엔지니어가 직접 현장으로 파견되기 때문에 시공관리등에서 일본업체보다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선텍시티 설비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포 호크 리씨는 『특히 현장작업환경이 뛰어나다』며 『깨끗한 작업환경으로 인해 근로자들의 안전사고예방도 거둘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뷰/이정우 선텍시티 현장소장/“엄격한 감리뚫고 준공 눈앞 큰 보람” 『세계화를 위해서는 철저한 현지화가 필요합니다』 선텍시티 5단계공사를 총지휘하고 있는 현대건설 이정우 소장은 『그 어느나라보다 공사에 대한 감리등이 엄격한 곳으로 소문난 싱가포르에서 아무런 문제없이 공정을 진행시킨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곳 관청에서는 형식적인 준공검사라는게 없습니다. 감독관청의 책임자들이 직접 망치와 사다리등을 들고 다니면서 건물상태를 점검, 조그만 하자라도 생기면 절대 준공검사를 내주지 않아요』 이소장은 현지화를 위해서는 현지문화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들의 방식으로 사고하고 그들의 방식대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일때 기업의 현지화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지문화의 이해를 위해서는 현지언어의 습득이 가장 기초적인 요건. 이소장은 『싱가포르가 화교 문화권임을 감안, 우리 직원들에게 틈나는대로 중국어를 익히도록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와 함께 현지 협력업체들의 「현대화」가 이뤄져야만 완벽한 기업의 현지화가 가능하다고 판단, 현지인들을 현대건설의 조직속에 융화시키는데 큰 노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현지인들에게 현대건설의 문화를 심어주고 현대와 한국의 장점들을 그들이 받아들이도록 했다는 것이다. 첼로연주가 프로급인 이소장은 이곳 싱가포르실내오케스트라 비상임단원으로 활약하고 있기도 하다. 그의 오케스트라 연주회 참여는 현지인들과의 교분을 두텁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업무뿐 아니라 생활속에서 현지화해 나갈때 비로소 기업의 현지화, 세계화는 가능하다고 믿는 이소장의 철학이 담겨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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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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