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강남권 재건축 대상 아파트와 판교 신도시 후광을 노린 분당과 그 주변지역 아파트가격 폭등이 있었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는 개발이익환수제를 골간으로 한 2ㆍ17 재건축 규제 조치를 발표했다. 이 조치로 3월 초까지는 부동산시장이 다소 냉정을 되찾는 듯한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3월 중순에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한 단독주택지 재건축 규제 완화 내용을 담은 3ㆍ18 조치와 4월 중순에 발표된 지방균형개발을 위한 기업도시ㆍ혁신도시 발표로 시장이 다시 과열 양상으로 치달았다.
자본주의-균형성장간 딜레마
정부는 지난 2004년 하반기부터 침체된 내수시장 부양을 위해 부동산시장에 대해 안정과 균형 2대정책 축을 동시에 구사하고 있었다. 그동안 지나치게 과열된 부문은 시장 친화적인 정책으로 연착륙을 도모하고(안정), 비과열된 부문은 부분적 부양을 통해 내수시장의 자금 유동성을 강화하겠다는(균형) 의도였다.
국민경제를 책임진 정책 당국 입장에서는 침체된 내수시장 부양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런데 부동산시장이 이런 정책의도를 간파한 것이다.
정부는 결코 부동산시장의 경착륙(급격한 가격하락)을 유발시킬 수 있는 과격한 정책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한마디로 시장이 정책의 아킬레스건을 제대로 물고 늘어진 것이다. 그 결과 국민경제는 2003년 10ㆍ29 조치에 버금갈 자본주의 정책으로서 한계선상에 있는 또 한번의 과도한 정책을 2005년 8월 부동산종합대책이라는 이름으로 감수해야 할 불가피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안 그래도 지금 한국 경제는 내수침체ㆍ수출둔화ㆍ고유가ㆍ환율불안 등으로 이미 사면초가에 몰려있는 상황이다. 부동산 규제 강화로 시중 자금 유동성이 떨어지게 되면 내수시장 부양이 더 어려워진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한단 말인가.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다. 정부도 8월 종합대책을 마련하면서 이 점이 매우 곤혹스러울 것이다.
그렇다고 부동산시장이 이성을 잃고 길길이 날뛰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그냥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부동산 폭등을 방치하면 국민경제에 치명적인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부동산 폭등은 극단적인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시켜 종국에는 자본주의 붕괴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부 시장론자들은 부동산도 시장기능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이 이미 제 정신이 아닌데 어떻게 자율기능에 맡긴단 말인가. 현재 상황에서 이런 논리는 사춘기 비행청소년에게 사회(정책)는 선도자 역할을 포기하고 스스로 이성을 되찾을 때까지 그냥 내버려두라는 얘기와 같다.
이제 한국 경제는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01년 하반기부터 만 4년 동안 급등과 폭등을 거듭하고 있는 부동산시장을 그냥 방치할 것인지, 아니면 부동산시장으로의 과도한 자금흐름을 차단해 국민경제의 균형성장을 추구할 것인지. 이것이 8월 부동산종합대책이 불가피한 국민경제적 이유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걱정이 앞선다. 국민경제를 위해 부동산시장에 매(?)를 들기는 들어야겠는데 부작용이 문제다. 부동산도 엄연히 자본주의시장의 거래상품 중의 하나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은 시장경제의 가장 중요한 투자재이자 생산재인 동시에 단일상품으로서 가장 규모가 큰 거래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과도한 反시장 정책은 피해야
8월 종합대책에 반시장적인 과도한 정책이 다수 포함되면 급격한 시장 위축이 불가피해진다. 이 경우 지난 4년간 폭등으로 만신창이가 된 국민경제가 이번엔 폭락(경착륙)으로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천하의 불효자식도 자식이다. 마찬가지로 최근 몇년 동안 국민경제를 교란시킨 주범인 부동산도 미우나 고우나 국민경제의 일부분이다. 그것도 매우 중요한….
8월 부동산종합대책이 사랑하는 자식을 위한 사랑의 매여야지 극단적인 범죄자를 단죄하는 형벌이어서는 안된다. 이제는 시장도 정부도 모두 냉정을 되찾아야 할 시점이 왔다. 더 이상은 시장의 실패든 정부의 실패든 국민경제에 득이 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