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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시리즈' 디자인·성능 아무리 좋아도
글로벌 경쟁 심화로 안정적 수익 담보 힘들어
SUHD TV 등 고수익 제품으로 中공세 뚫고
바이오·B2B 사업서 눈에띄는 실적 내야할 때
삼성전자의 2·4분기 잠정실적은 실상 단순 수치만 놓고 보면 최악은 아니다. 6조9,000억원이라는 영업이익은 추세로 볼 때 전 분기보다 15% 이상 늘었고 지난해 3·4분기의 4조600억에 비해서는 40% 이상 늘었다. 삼성 측이 이번 실적에 대해 "완만한 상승세"라는 표현으로 촌평을 내놓은 것도 나름 일리가 있고 어쩌면 시장의 눈높이가 너무 높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저에 들어가면 분석이 다소 달라진다. 삼성 사장단은 2·4분기 실적에 어느 때보다 나름 믿음을 갖고 있었다. 갤럭시S6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혁신'의 완성품이라는 평가에 인색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희망은 꺾였다. 2·4분기 실적이 역설적으로 삼성 스스로 완벽한 발상의 전환과 사업구조 개편을 하지 않으면 보다 확실한 반전 모드를 찾기 힘들다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스마트폰인 '갤럭시 시리즈'의 흥행 성패에 따라 실적 전체가 출렁이는 현재의 구조로는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담보하기가 힘들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이러다가 스마트폰의 실적만을 바라봐야 하는 '천수답 구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자성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회사 안팎에서는 IM(IT·모바일)과 DS(부품), CE(소비자가전) 부문에 영업이익이 고르게 분배될 수 있도록 제품 혁신을 꾀하는 것은 물론 바이오와 B2B(기업 간 거래) 사업 등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분야에서도 하루빨리 눈에 띄는 실적을 내놓아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IM·DS·CE 황금비율 찾아야"=지난해 말부터 '아이폰6'를 앞세운 애플이 시장수요를 상당 부분 앗아가면서 올 4월 출시된 갤럭시S6는 제품의 우수성과는 별개로 돋보이는 성적을 올릴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실패했다. 갤럭시S6엣지의 인기가 회사의 예상을 뛰어넘었음에도 까다로운 공정 과정에 따른 낮은 수율 탓에 원활한 물량 공급이 이뤄지지 못한 점도 IM 실적을 깎아먹었다. 이 때문에 갤럭시S6(엣지 포함)의 올 판매량은 당초 예상보다 500만대가량 적은 4,500만대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시장환경의 변화다. 디자인과 성능 어느 면에서도 뒤지지 않는 제품을 내놓아도 글로벌 경쟁 심화로 확실한 성공을 장담하기 힘든 것은 그만큼 시장의 성장동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얘기다.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4분기 30.4%였던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올 1·4분기에는 24.2%로 크게 내려앉았다. 같은 기간 애플은 15.3%에서 17.9%로, 화웨이는 4.8%에서 5.4%로 점유율이 올라갔다.
이 때문에 삼성 안팎에서는 '효자종목'인 DS 부문에서 메모리반도체의 역량을 강화하되 가전 부문의 실적을 하루빨리 회복해 수익구조의 고른 배분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2·4분기에 CE 사업부는 1·4분기의 영업적자(1,400억원)를 딛고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규모는 2,000억원대 중반~3,000억원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동기(7,700억원)와 비교하면 만족스럽지 못한 실적인 셈이다.
삼성전자로서는 SUHD TV 등 고(高)수익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환율 불안'과 '중국 회사'의 공세라는 덫을 극복하는 것이 필수과제다. 삼성전자가 최근 기존의 최저가 모델보다 300만원 이상 저렴한 200만원대의 SUHD TV를 출시한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쏠림현상에서 탈피해 IM·DS·CE 부문의 '황금비율'을 찾는 사업구조 혁신을 이루지 못하면 가파른 실적 반등의 계기를 찾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수종사업서 확실한 수익원 마련해야=바이오와 B2B 사업 등 삼성이 신(新)수종사업으로 지목한 분야에서 확고한 수익원을 찾는 것 역시 삼성전자가 현재 직면한 고비를 순조롭게 넘어서는 데 필요한 작업이다.
다행히 B2B 사업의 경우 '이재용 체제' 아래서 주목할 만한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기업고객은 한 번 거래를 시작하면 오래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고 규모 또한 크다는 장점 때문에 삼성전자는 B2B 분야를 사업 확장의 돌파구로 삼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인수합병(M&A)을 통해 사들인 기업의 상당수는 캐나다 프린터온, 브라질 심프레스처럼 B2B 시장을 뚫기에 용이한 회사들이었다.
삼성의 '핵심 미래가치'로 평가받는 바이오 사업에 희망의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최근 글로벌 기업 중 가장 먼저 3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에 성공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전자·제일모직이 최대주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분 90.4%를 가진 회사다. 업계 관계자는 "관련 분야에 뒤늦게 뛰어든 후발주자임에도 성큼성큼 영토를 확장하고 있는 만큼 내년 상반기에 나스닥 상장까지 이뤄지면 그룹의 바이오 사업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