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전미경제학회] 서머스 "추가 부양 필요"에 테일러 "부채 이미 위험수위"

■ 美 경제학계 거장들 오바마 행정부 처방 놓고 설전

4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 세미나에서 래리 서머스(왼쪽 첫번째) 하버드대 교수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단기 부양책을 옹호하자 존 테일러(오른쪽 첫번째) 스탠포드대 교수가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사회자인 도미닉 살바토르 포햄대 교수, 로버트바로 하버드대 교수, 에드워드 프레스코 아리조나주립대 교수,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
/필라델피아=최형욱 특파원

● 신케인즈언 학자… 경제회복세 아직 취약해

장기침체 겪을 수도 있어 긴축 고민할 단계 아니다


● 주류 학자… 정부·Fed 시장간섭 지나쳐

단기부양책은 실패한 정책 기간산업 확충 등 나서야

올해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위기 극복 처방의 성과와 향후 진로를 놓고 경제학 석학들이 격돌했다.

오바마 행정부 1기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등 신케인즈언은 4일(현지시간) "경기 회복세가 아직 취약한 만큼 재정확대와 양적완화 조치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존 테일러 스탠포드대 교수, 올리비에 블랑샤르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 주류 경제학자들은 "미 정부부채가 위험 수준으로 올라갔다"며 "하루빨리 긴축에 나서야 한다"고 정면 반박했다. 2008년 금융위기의 여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 정치권과 학계의 갈등이 AEA 총회에 그대로 옮겨 붙은 것은 것이다.

이날 서머스 교수는 오전 '미 경제, 급속 회복이냐 침체냐'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재정 확대는 적절한 대응이었고 비전통적인 통화정책도 분명히 효과가 있었다"며 "미 경제가 아직 약하고 다루기 힘들어 추가적인 재정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 경제가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를 겪을 수도 있어 긴축을 고민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테일러 교수는 "2007~2009년 경기 침체 이후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재정·통화, 규제 정책을 원칙도 없이 너무 자주 시장에 간섭했다"며 "베어스턴스는 구제금융을 실시하고 리먼브라더스는 파산시키는 등 예측 불가능한 정책 탓에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느려졌다"고 반박했다. 테일러 교수는 조지 W 부시 정권 시절 재무부 차관을 지낸 인물로 공화당이 정권을 잡을 경우 강력한 연준 의장 후보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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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널 토론에 들어가자 서머스 교수는 즉각 재반박에 나섰다. 그는 "당시 드라마틱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질병이 발견됐을 때 의사는 치료를 위해 (연준의 양적완화 정책과 같은) 일반적이지 않은 처방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테일러 교수는 "모든 병을 잘 아는 게 좋은 의사"라며 "단기 부양책은 이제 효과도 없고 실패한 정책"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미 경제의 장기 침체는 위기 이전의 구조적 요인도 한몫 했다'는 서머스 교수의 주장에 대해서도 "2000년대 중반 미국 경제는 인플레이션이 가팔랐고, 고용이 대단히 안정적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미 경제의 회복세에도 의견이 엇갈렸다. 서머스 교수는 "모든 게 잘 돌아가지는 않았지만 갈수록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한 데 대해 테일러 교수는 "여전히 실망스러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서머스 교수의 스승인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도 "연준의 통화정책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 수 없다"며 "단기 부양책이 아니라 기간산업 확충 등 장기 계획이 필요하다"며 테일러 교수를 거들었다.

이들 신케인즈언과 주류 경제학자간의 설전은 이날 오후에도 이어졌다. 블랑샤르 이코노미스트가 '긴축의 거시경제학'이라는 주제의 패널 토론에서 "미국의 정부부채는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금융시장에도 중기적 위협 요인"이라고 지적하자 서머스 교수는 이번에도 발끈했다. 그는 "경기부양을 권고하면서 긴축을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며 "IMF의 잦은 재정적자 경고가 미 경제에도 잘못된 시그널을 주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분위기가 격앙되자 서머스 교수는 "IMF가 경고를 주니까 미국도 재정적자에 유의하고 있다. 미 재정 적자는 일종의 미덕(virtue)"이라며 일종의 반어법을 구사한 뒤 논쟁 진화를 시도했다.

올리비에 이노코미스트도 "미 재정 상태가 좋다고 말하는 사람은 바보(nuts)"라며 청중들의 웃음을 유도한 뒤 서둘러 토론회를 끝냈다.

●전미경제학회는

지난 1885년 발족한 세계 최대 규모의 경제학 분야 전문 학회로 회원 수만 1만8,000명에 달한다. 산업 활동에 있어서의 역사·통계 등 경제 전반의 연구 활동 증진 및 글로벌 경제 와 관련한 출판, 정치적 편향성 없는 경제 토론 등을 주요 목적으로 하고 있다. AEA의 연례총회는 매년 1월 첫 주말에 개최된다. 주제별로 수백개의 세션이 열려, 대학원생부터 경제학계의 거장까지 참여해 열띤 토론을 주고 받는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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