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일반 정기예금에 비해 금리가 0.5%포인트 가량 높은 특판예금을 경쟁적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정작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 최소 가입금액이 500만원에서 5,000만원에 이르기 때문에 사실상 서민층의 가입은 원천적으로 봉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뭉칫돈을 가진 거액 자산가들은 특판예금에 ‘몰빵’을 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0월 일부 은행에서 판매를 시작한 특판예금은 한국씨티은행이 11월 통합 마케팅의 일환으로 은행권 최고 수준인 연 4.6% 상품을 내놓으면서 전 은행권으로 확산됐다. 현재는 우리ㆍ하나ㆍ조흥ㆍ제일은행 등이 특판예금을 판매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특판예금 판매를 통해 10월 이후 16조원, 이달 들어서만도 10조원 이상의 뭉칫돈을 끌어모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정작 특판예금은 일부 부유층과 기업 등 뭉칫돈을 가진 고객들을 중심으로 팔려나갔다. 각 은행들이 특판예금의 최소 가입금액을 적게는 500만원에서 많게는 5,000만원 이상으로 정해놓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이 현재 판매 중인 연 4.0%짜리 특판예금은 최소 가입금액이 1,000만원 이상이며 5,000만원 이상 가입할 경우 가입기간에 따른 우대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하나은행이 지난달 내놓았던 연 4.3%짜리 특판상품은 최소 가입금액이 5,000만원이었으며 현재 판매 중인 연 3.9%짜리 상품도 최소 가입금액이 3,000만원이다. 외환ㆍ조흥ㆍ제일은행 등이 판매 중인 특판예금의 최소 가입금액은 각각 1,000만원, 500만원, 2,000만원이다. 은행권이 이처럼 특판 가입금액을 높게 책정한 것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일반 서민층보다는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고액 고객을 끌어들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는 최근 은행권뿐만 아니라 서비스 산업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디마케팅(De-Marketing)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디마케팅은 돈이 안되는 고객을 떨쳐내는 판매기법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일반 예금보다 금리를 더 얹어주는 특판예금은 마진이 적을 수밖에 없어 거액고객 중심으로 가입자를 받아야 그나마 손해를 줄일 수 있다”고 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