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12월 21일] 은행 내실 제고를 위한 규제

연말을 앞두고 은행가들의 급여 요구에 모두가 흥분하고 있다. 가장 최근의 움직임은 영국 정부에서 일어났다. 대학 등록금 동결 공약을 지키지 못한 닉 클레그 영국 부총리는 비난의 화살을 은행가들에게 돌렸다. 그는 "은행들이 연말 보너스 책정 때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정부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지나친 보너스는 과세 변화(증세)를 촉발할 수 있다"며 은행권의 보너스 제한을 종용했다. 정치인들에게는 은행가의 급여 수준을 비난하는 것이 의례적인 절차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들이 실제 제재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2010년처럼 은행들이 좋은 실적을 올리면 그 이익은 은행가들의 주머니로 들어가기 마련이다. 이를 막으려면 은행들이 돈을 적게 벌도록 하는 수밖에 없는데 영국 정부도 이를 원하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은행권 위기에 대비한 공공 보조금의 일환으로 연간 25억파운드 규모의 은행세를 부과하는 데 만족하고 있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은행 보너스 규정도 은행의 안정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유럽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보너스가 정부지출을 보충하기 위한 과세 대상이 된다고 합의했다. 보너스 일부를 신규 발행한 보통주나 전환사채로 지급해야 한다는 영란은행(BOE)의 제안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금융권이 흔들리고 있다고 본다면 금융당국은 이러한 규제 도입을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영국의 경우 BOE는 은행권이 회복력을 갖추고 있지만 현재 불확실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유럽 재정위기가 유로존의 핵심인 독일과 프랑스까지 번질 경우 영국 은행권도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영국 은행들은 독일과 프랑스 금융권에 물린 채권(익스포저)이 매우 많다. 게다가 영국 은행들은 오는 2012년까지 최대 5,000억파운드를 차환해야 한다. 당장은 유동성이 문제되지 않지만 자금 조달을 위한 분투가 전세계 은행들과의 자금 쟁탈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바젤3 조약 시행을 앞두고 전세계 은행들이 자본을 대폭 확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사정이 악화되면 은행가들은 BOE의 지원에 의지한다. 은행가들의 크리스마스는 앞으로도 몇 년간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파티를 통제할 수는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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