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비리직원 퇴출 시스템에 구멍난 공공기관

공공기관 비리직원의 퇴출 시스템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비리와 부패는 끊이지 않지만 규정이 허술하다 보니 비리직원이 다른 공공기관에 버젓이 재취업을 한다는 게 감사원의 결론이다. 현행 부패방지법에는 공직자가 부패행위로 파면ㆍ해임되면 공공기관에 5년간 재취업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민간기업이라도 업무연관성이 있다면 같은 잣대가 적용된다.


문제는 비리직원이 스스로 사표를 제출하면 징계절차가 종료돼 재취업 길이 열린다는 점이다. 실제로 하남시가 산하 하남도시개발공사 직원의 중징계를 요구했으나 해당 직원이 사직서를 제출하자 공사는 의원면직으로 가름해버렸다. 결국 이 직원은 의왕도시공사 경력직 직원 채용을 통해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는 30개 기관만 대상이어서 얼마나 많은 공기업 직원이 부적절하게 재취업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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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및 지방공무원 인사규정에 따르면 부패행위로 중징계 처분절차가 진행될 경우 의원면직이 일절 허용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공공기관의 절반 정도가 별다른 규정을 두지 않거나 불명확하다는 감사 결과는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도덕적 해이 차원을 넘어 부패방지법을 무력화하려는 조직적 저항으로 비칠 소지도 다분하다.

도덕적 해이는 이뿐이 아니다. 수출입은행은 횡령 혐의로 벌금형이 선고된 직원에게 면직이 아닌 정직 3개월의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다 적발됐다. 농어촌공사와 마사회에서도 제 식구 감싸기 행태는 다를 바 없었다. 심지어 대한석탄공사는 징계를 받은 부장급 간부를 감사실에 배치하는 어이없는 인사까지 저질렀다.

공공기관 비리와 부패는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국민의 눈높이에는 여전히 미흡하다. 이런 식이라면 부패구조 척결은 백년하청이다. 일벌백계 차원의 엄정한 징계처분이 원칙대로 집행돼야 한다. 공공기관을 총괄 감독하는 기획재정부는 공직기강 확립 차원에서 제도적 허점을 시급히 보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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