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손이 약손’. 어릴 적 배가 아프면 어머니께서 따뜻한 손으로 어루만져 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특별히 약을 처방받지 않아도 어머니의 포근한 손길과 위로 한마디면 깨끗이 낫는 기분이었죠. 병원에 가서 깔끔하게 치료를 받고 약국에서 약을 타서 돌아오는 것보다 더 치유력이 큰 행위였습니다. 아직 우리나라가 배고프고 가난했던 시절엔 우리네 어머니들은 가정 내에서 의료인 역할까지 맡곤 했습니다. 들풀이며 약초 등을 캐서 달여 먹이거나 연고로 쓰는 일이 잦았습니다. 시골에서 읍내까지 가려면 1~2시간이 넘게 걸리기에 가느라 아픈 것보다는 재빨리 생활 반경에서 치료 약품을 찾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그런 전통 때문일까요. 요즘 인터넷 블로그를 뒤져 봐도 특정 질환에 잘 맞는 민간요법이나 치료 방법 등이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의사들의 정상적인 의료행위 마저 ‘과다진료’라는 오명을 쓰기 쉬운 시대에, 민간요법은 소비자인 일반인들끼리 최소한의 건강을 지키려는 일종의 연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비전문성만으로 그것을 비난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그런데 까딱 잘못하면 민간요법은 불법 시술이 되기도 합니다. 한때 침과 뜸으로 유명했던 어느 치료사가 한의사들로부터 법정 소송에 휘말린 사건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정규 의학 교육 과정을 받지 못한 그가 연륜만으로 환자들을 진단하고 시술한다 하여 문제 삼은 것입니다. 침과 뜸은 서양 의학과 달리 수공업처럼 가장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 또는 부모와 자녀 사이에 대물림해 온 한국의 의료 전통입니다. 한때는 ‘침구사’ 자격증을 만들어 이 방식을 공식화하려고 한 적도 있었죠. 그러나 한의사 사회에서는 민간인이 시행하는 침과 뜸이 좀처럼 합의를 얻을 수 없는 시술이었기에 결국 불법으로 규정되고 맙니다. 결국 제대로 된 의료 기술인지 여부도 사람이 정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였죠.
반면 찜질방, 미용실에서 넘쳐나는 불법 시술은 말 그대로 가관입니다. 숱하게 다큐멘터리와 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이야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콩기름’이나 ‘영양보조제’ 등을 이용한 말도 안되는 행위는 여전합니다. 그들은 항상 말합니다. 뉴스나 방송에는 부작용이 많이 보도되었지만 제대로 하면 별로 문제될 게 없다고. ‘당신만큼은 안전할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줍니다. 그리고 공식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았으면 조금만 더 들이고 불확실성을 줄일 수도 있을 것을 ‘싸지만 병원 가서도 잘 못 받는 좋은 질로 시술받으라’며 지속적인 참여를 강권합니다. 결국 총비용으로 계산하면 병원에서 공식적으로 의료 서비스를 이용했을 때보다 더 많은 가격이 나오기도 합니다. 다단계식으로 설득하는 사람들의 상술에 놀아난 것이죠.
암에 대해서는 절대 비방이 있을 수 없다며 철저한 마인드 컨트롤과 의사와의 협업을 강조했던 한만청 박사. 한때 ‘암’ 전문가로 이름이 났지만 그 역시도 병마를 피해갈 수 없었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기적적으로 생환하면서 그가 방송에서 한 말 첫머리는 ‘절대 민간요법에 의지하지 마십시오’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오히려 표준화된 치료를 받지 않고 이리저리 몸만 휘둘리다가 되려 병세를 악화시킨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불법 시술로 인해 피해를 보는 분들도 의사결정의 왜곡 때문에 벌이게 되는 실수라고 하면 제대로 된 설명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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