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한 여인의 억울한 사연

사회부 이병관 기자

[기자의 눈] 한 여인의 억울한 사연 사회부 이병관 기자 이병관 기자 최근 기자가 근무하는 법조 기자실로 팩스 한장이 들어왔다. 생명보험사들이 무단으로 자신을 다룬 방송 다큐 프로그램을 설계사들의 보험영업 지원도구로 사용하고 있어 억울하다는 한 40대 여성의 사연이었다. 언뜻 보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나간 방송물을 보험사가 좀 사용했다고 웬 호들갑이냐고 일축해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다큐물의 주인공은 지난 92년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고 두 자녀를 키운 아픔을 ‘노을 속에 당신을 묻고’라는 시집으로 발간하며 96년 MBC 방송이 제작한 다큐물에 출연한 여류시인 강민숙씨. 하지만 인생 성공기를 다룬 이 프로그램은 이후 국내외 23개 보험사에 넘어가면서 ‘보험을 들지 않으면 이렇게 망가진다’는 식의 영업 판촉물로 탈바꿈(?)했다. 60여분짜리 인생 성공을 다룬 다큐물이 남편의 무덤 앞에서 오열하는 장면이 부각되고 아버지 사망의 충격으로 아들이 자폐증 환자가 됐다는 등 날조까지 가미돼 30여분짜리 기구한 사연으로 둔갑한 것. 뒤늦게 이 사실을 안 강씨는 해당 보험사를 상대로 ‘초상권이 침해됐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승소해 2,000만원의 배상판결을 받았지만 이들 보험사는 즉각 항소했다. 최근 강씨는 변호인에게 불특정 다수에게 명예가 훼손된 만큼 보험사에 언론지상을 통해 공개사과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변호인은 “재판부가 보험사의 해당 판촉물 영업금지 등의 ‘임의조정’을 준비하고 있으니 더 이상의 요구는 무리다”고 말했다. 강씨는 결국 1억원이 넘는 소송 관련 비용만 부담한 채 보험사의 영업재발 방지 및 사과편지를 받는 것으로 수년간의 소송을 끝내야 할 처지다. 약자 앞에서 정의의 칼날을 휘둘러야 할 사법부가 막대한 자본과 법리 앞에 무력해지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다. comeon@sed.co.kr 입력시간 : 2004-10-25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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