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투명한 물위에 비친 붙들고 싶은 기억들

현대미술가 황혜선 개인전

황혜선의 영상작품 '아주잠깐, 조금씩만'

두 손을 꼭 모으고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물을 붙잡으려고 애써본 적 있는가. 잊혀지려는 추억을 잡으려고 안간힘 써 봤는가. 손에 담긴 물 위로 영상이 비친다. 흰 눈밭을 뛰노는 연인의 모습, 건물 뒤로 드리운 붉은 노을, 찰랑거리는 파도, 벚꽃이 흐드러지는 봄날…. 나란히 걸린 황혜선(41)의 영상작품 4점은 물이 다 없어질 때까지 10분간 계속된다. 일산 호수공원, 강변북로, 부산 바닷가, 여의도에서 촬영된 각 장면들은 기억해 두고픈 일상의 순간을 되새기게 한다. 제목은 'For a moment, Just a bit' , '아주 잠깐, 조금씩만'이라는 뜻이다. 현대미술가 황혜선의 개인전이 신사동 갤러리시몬(대표 김영빈)에서 6월 11일까지 열린다. 3년만의 국내 개인전이다. "손에 물을 떴는데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살살 사라져요. 흘러간 물은, 찰나를 잡고 기억을 간직하고 싶은 것과 같아요. 붙들고 싶은 자신의 기억을 투영해서 보세요." 소통과 기억, 언어는 작가의 일관된 주제다.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뉴욕 NYU에서 유학하며 선보인 실리콘 귀마개 작업이나, 전시 평론을 수(繡)로 새긴 1997년 금호미술관 전시, 그림을 지우고 남은 지우개가루를 붙여만든 작품들은 모두 일상의 소통을 강조한다. 이후 캔버스 천으로 물병, 컵 등을 만든 정물작업은 '회화적인 조각, 2차원적인 3차원 작품'을 이뤄냈다. 이번에 선보인 신작은 '드로잉 조각' 시리즈. 최소 단위인 간략한 선만으로 형태를 만들고 이 조각을 벽에 걸었다. 1~2cm 폭의 알루미늄 선으로 운동화와 구두, 옷걸이, 우산, 다리미 같은 평범한 물건들을 만들었다. 희고 납작한 선이지만 빛과 그림자가 더해지면 풍성한 양감이 저절로 만들어진다. "납작하고 가는 것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보여줍니다. 친근함에서 시작한 일상의 공감이 위로와 치유로 다가갔으면 좋겠습니다." (02)549-3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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