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증시가 9일 163.99포인트(5.4%) 급락했다. 5년 만에 최대 낙폭이다. 단기급등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한 중국 정부가 전일 환매조건부채권(RP) 발행을 통한 단기 자금조달을 막고 증권사 등에 창구지도를 나서자 투매가 일어났다. 유동성 장세가 정점에 다다랐다는 비관론이 나오는 가운데 기술적 조정을 거쳐 증시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라는 기대도 여전하다.
이날 상하이증시는 펀더멘털이 아닌 유동성에 의존한 상승장의 한계를 그대로 나타냈다. 중국당국의 예상치 못한 유동성 규제에 투자자들이 서둘러 차익실현에 나서며 주저 앉았다. 중국 증권등기결산소(CSDCC)는 전일 신용등급 'AAA'가 아니거나 발행기업의 신용등급이 'AA' 이하인 채권을 RP를 발행의 담보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며 시장은 채권금리가 오르고 유동성이 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며 투매를 불렀다. 중국의 하이퉁증권은 이번 조치를 통해 4,500억위안(약 80조5,680억원)의 자금이 묶이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다 중국당국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신화사의 과열경고와 증권감독관리위원회의 투기세력에 대한 언급은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중국 증시 과열 우려를 나타내는 시각들은 중국 경제가 둔화되는 가운데 유동성 랠리가 곧 한계를 보일 것으로 진단한다. 중국 증시는 지난달 21일 금리인하 이후 하루 1조위안의 자금이 몰리며 단기간 40%까지 올랐다. 철저하게 유동성에 의해 오른 셈이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지표는 여전히 우울하다. 지난 8일 발표된 11월 중국 수출은 전년 대비 4.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시장 예상치(8.2%)나 10월 수출실적(11.6%)을 크게 밑돈 것이다. 11월 수입도 전년 동월 대비 6.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며 무역수지만 사상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중국 경제가 외부수요도 내부수요도 모두 악화되는 이른바 불황형 흑자에 빠졌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펀더멘털이 받쳐주지 않는 상황에서 자칫 유동성 랠리가 지속될 경우 금리인하에도 실물경기에 돈이 흐르지 않는 역효과에다 투자심리 과열로 개인투자자들만 피해를 볼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우징롄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현재 중국 증시는 '군집행동(비이성적인 행태)'이 만들어낸 것"이라며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해 내부거래와 시장조작이 일어날 수 있고 피해는 일반투자자들이 모두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실물경제로 흘러가야 할 자금이 증시로만 유입되고 있다는 사실도 중국 정부를 난처하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가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행동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는 RP 담보채권 제한, 창구지도 등에 이어 내년 통화정책 측면에서도 유동성 레버리지에 대해서는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시진핑 정부의 개혁정책에 대한 기대를 건다면 지수가 2007년과 같이 6,000까지 오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3일 보고서에서 중국 증시가 2005~2007년과 같은 초강세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금리개혁에 따른 지속적인 금리인하 효과, 구조조정에 따른 우량주 주가회복, 기업공개(IPO) 속도도절에 따른 공급감소, 일반투자자들의 시장참여 확대 등이 증시상승을 이끌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베이징 등 대도시에서는 일반투자자들의 주식투자에 대한 붐이 일어나며 1주에 23만~24만개의 신규 주식계좌가 만들어지고 있다.
유동성 우려도 지나치다는 게 상승론자들의 의견이다. 금융당국이 유동성을 더 풀지 않는다고 해도 이미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나고 있는데다 부동산 거품 붕괴로 갈 곳을 못 찾는 유동성이 증시로 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상업은행들이 대출을 늘리기 위해 지급준비율 인하를 계속 요구하고 있는 만큼 인민은행도 일정부문에서는 유동성을 풀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