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코스닥기업 20% 뇌사상태

코스닥 등록기업 가운데 정상적인 자금조달 기능이 정지돼 `뇌사상태`에 빠진 한계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29일 코스닥시장과 M&A(인수합병)컨설팅 및 사채업계에 따르면 현재 895개 등록기업 중 은행 등 제도권은 물론, 사채시장 등 비제도권에서도 자금조달 길이 막힌 기업이 180개에 이르고 있다. 또 자금조달 기능이 완전히 정지되지는 않았지만, 원활하지 못한 위험기업도 11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등록기업의 30% 정도가 한계상황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강남지역의 한 사채업체 대표 사 모씨는 “코스닥기업중 180개는 사채시장에서 사망선고가 내려졌고, 110개 정도는 위험상황으로 분류돼 있다”고 전했다. 명동에 있는 사채업체의 대표 양 모씨는 “등록기업의 3분의 1 정도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자금조달이 힘들어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3자배정 방식 유상증자도 힘들어 지면서 양도성예금증서(CD)나 회사채 등을 이용한 새로운 수법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기업들이 한계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은 기존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이를 대체할 새로운 수익모델을 발굴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투기꾼들이 편법ㆍ불법적인 방법으로 부실기업을 인수한 후 회사 돈을 빼 돌리는 일이 반복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3월말 회계감사 결과가 나오는 시기를 전후해 `뇌사판정`을 받는 기업들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같은 한계기업 증가는 코스닥시장을 혼탁하게 하고 정상적인 등록기업의 자금조달마저 어렵게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코스닥은 2002년 말부터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한계기업의 편법적인 자금조달을 막지 못하면 코스닥시장 자체도 뇌사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감독원 등 감독당국이 변칙적인 자금조달행위를 수수방관하고 있어 부실기업은 투기꾼들의 먹이감으로, 코스닥시장은 투기판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 M&A컨설팅업체 대표는 “부실기업들이 유상증자ㆍ사채발행 등 유가증권 발행을 통해 머니게임을 벌이는 경우가 많은데도 금융감독원이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어 투기꾼들이 더 활개를 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영권이 바뀐 기업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자금력 있는 투자자와 우량기업의 우회등록 유도 등의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승호기자 derrid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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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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