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카지노 코리아

도박중독증 사회에 만연…성인용 게임장 단속 나설 때

“마음에 안 들거나 기분 나쁜 사람이 있으면 경마장에 데리고 가라.”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경마장을 출입하다 패가망신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눈 끝에 내린 결론이다. 술자리 화제를 좀더 옮겨보면 이렇다. “경마에 중독된 택시기사 한 사람이 그동안 어렵사리 모아서 장만한 아파트 한채와 개인택시를 몽땅 경마에 털어넣고 결국 이혼당했다며 하소연하더라. 그래서 요즘은 경마를 끊었냐고 물었더니 ‘그게 그렇게 쉽나요’ 하면서 일이 손에 안 잡히거나 인생이 고달프면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과천으로 달려가고 있더라고 말하더라.” 요즘 한국 사회는 바로 이 도박중독증에 제대로 걸려든 모습이다. 이미 전국 대도시는 물론 중소도시에도 성인용 카지노 게임장이 우후죽순처럼 번졌다. 심지어 주택가에 인접한 상가마다 한집 건너 하나꼴로 줄지어 늘어선 모습도 눈에 띈다. 언제 이렇게 많아졌나 싶을 정도로 하룻밤만 지나면 새로운 카지노 게임장이 또 생겨난다. 이제는 기분 나쁜 사람을 경마장까지 끌고 갈 필요도 없어졌다. 그저 ‘우리 심심한데 성인오락실 한번 가볼까’ 하고 뚱기기만 하면 끝이다. 기가 막힌 사연도 많다. 벌써 여기저기서 누구는 힘겹게 장만한 아파트를 고스란히 날리고 월셋방을 전전한다거나, 누구는 이혼당해 집도 절도 없이 여관방을 떠돈다는 등의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카지노 게임장으로 흘러들어간 돈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서민들이 아파트를 판 돈과 이혼당하는 비용이다. 게임장마다 하루 저녁에 벌어들이는 돈만 기천만원에 달한다는 입소문도 빠르게 돌고 있다. “우리도 성인카지노사업이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내년이 대통령선거의 해라는 점에서 앞으로 6개월~1년가량은 더 돈을 벌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얼마 전 명예퇴직을 한 후 전 직장동료 4명과 함께 작심하고 성인용 카지노 게임장을 개설했다는 사람의 이야기다. 그는 정부가 몇 달만 눈감아주면 본전을 모두 뽑고도 한밑천 단단히 쥘 수 있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스스로도 그 기간 동안만 식구들에게 비밀로 하면 남은 인생을 즐겁게 살 수 있을 것으로 자기 최면을 걸고 있단다. 정부는 아직 성인용 카지노 게임장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할 생각이 없어보인다. 절묘하게도 성인용 카지노 게임장은 업태도 허가가 아니라 신고만 하면 되는 자유업이다. 게다가 현행법으로는 강력하게 단속할 조항도 마땅찮다. “실업자는 넘치고 돈 벌 기회는 갈수록 줄어드는데 (업자에게는) 적당히 돈도 벌게 하고 (일반 사람들에게는) 욕구 불만을 분출할 통로를 제공한다는 이해가 맞아떨어지기 때문 아니겠는가.” 카지노 게임장이 너무 과도하게 생기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대한 그의 답변이다. 게임장 주인은 돈 벌어서 좋고, 돈 잃은 손님은 하릴없이 넘치는 시간을 때워서 좋고, 이런저런 힘 있는 곳에 있는 사람들은 눈치껏 이익을 나눠가질 수 있어 좋은데 지금보다 더 많이 생기면 생겼지 줄어들겠느냐는 반문이기도 하다. 도박중독증이 무섭다는 것은 웬만한 사람 누구나 익히 아는 상식이다. 중독자 가운데 도박을 끊겠다며 스스로 손가락을 잘라놓고도 시간이 흐르면 그 손으로 다시 화투장을 쥔다고 할 정도다. 아무 어려움 없이 평탄한 생활을 해온 사람들도 잠시 곁눈질만으로 쉽사리 중독되는 것이 도박이다. 가뜩이나 생활이 팍팍한 요즘 눈만 돌리면 보이는 것이 카지노 게임장이라면 전국민 누구나 잠재적인 도박중독자로 만들겠다는 심사로까지 읽힌다. 이쯤에서 정부도 입장을 정리했으면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도박을 권장하는 사회는 없었다. 모두가 아는 이야기지만 미국 인디언들의 인구 수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은 인생의 희망을 앗아가고 삶의 활력을 찌들게 만드는 술과 도박이 가장 큰 원인이다. ‘카지노 코리아’로는 미래를 기대하기가 정말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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