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갈수록 눈덩이“ 시장관련 법정비 시급`

가계부실채권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은행은 물론 신용카드사를 비롯한 2금융권의 치열한 가계대출경쟁으로 `대출부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돼 왔기 때문이다. 사실 외환위기후 기업구조조정이 강도높게 진행돼 기업부실채권은 거의 해소됐다. 물론 기업부실채권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공적자금이 들어갔다. 그러나 문제는 가계부실의 경우 공적자금을 붓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은행 등 금융권은 가계부실채권에 총력을 기울이고, 이에 덩달아 시장도 급팽창하고 있다. ◇가계부실채권시장 급팽창=작년말부터 가계대출 연체율은 급상승했다. 당연히 가계대출부실채권시장도 급팽창하고 있다. 대기업계열 한 카드사의 경우 작년 8월 2,500억원이던 부실채권물량이 10월에는 3,600억원으로, 12월에는 4,200억원으로 늘었다. 다섯달만에 68%나 늘어난 것이다. 카드사의 한 임원은 “가계대출 부실채권의 경우 대출실행후 석달정도가 지나면 통계에 잡힌다”며 “작년 10월부터 가계대출 연체율이 급상승한 것을 볼 때 올해부터 가계대출부실채권 물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저축은행과 할부금융사들의 가계대출부실채권 물량도 급증하고 있다. 저축은행은 이미 작년 11월 소액대출 연체율이 25%를 넘었고, 할부금융사들의 경우도 대출전용카드 연체율이 10%대에 근접했다. ◇가계채권 수익성은 높아=기업부실채은 발행회사가 부도날 경우 회수가 거의 불가능하지만 가계대출부실채권은 일부분이라도 돈을 회수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세일신용정보 원용구 중앙지점장은 “가계대출부실채권은 실종자나 사망자만 아니라면 최소한 10%이상 회수할 수 있다”며 “특히 저축은행의 소액대출부실채권 같은 경우에는 관리만 잘하면 회수율이 최고 30%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처럼 높은 수익성 때문에 가계대출부실채권의 경우 거래가격이 채권가액의 10%이상에서 결정되고 있다. 작년 10월 자산관리공사(KAMCO)가 저축은행의 소액대출부실채권을 사들이면서 채권가액의 15%에 산 것도 회수율이 높기 때문이다. ◇과열경쟁 빚어지기도=이처럼 가계대출 부실채권 물량이 갑작스럽게 늘어나고 수익성도 높자 이를 사려는 자산관리회사들의 경쟁도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회수율 10%인 부실채권이 12%에 팔리는 경우도 있다. 가계대출채권을 살 수 없는 기업구조조정회사(CRC)들까지 편법을 동원해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은 당국의 감시를 피해 가계대출채권을 매입하기 위해 기업부실채권 물량에 가계대출채권을 끼워 넣는 방법으로 부실채권을 사들이고 있다. ◇부실채권 시장ㆍ제도정비해야=부실채권시장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국내 부실채권 유통시장은 아직 법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정비가 덜 돼 여러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신용정보사의 한 관계자는 “현재 KAMCO를 제외하고는 부실채권을 제대로 매입할 수 있는 회사가 없다”며 “공신력있는 금융기관의 참여를 통해 부실채권 회수수단의 확충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가계대출부실채권 매입을 주로 담당했던 CRC회사의 경우 이제는 가계대출채권 매입이 전면금지된 상태다. 기업구조조정이 설립목적인 CRC회사들이 가계대출부실채권을 매입할 수 없도록 산업자원부에서 지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또 부실채권 시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채권추심회사들도 채권매입이 금지돼 있어 효과적인 부실채권유통이 어렵다. 한마디로 가계대출부실채권시장은 커지고 있으나 부실채권 수급기반은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강동수 KDI연구원은 “개별기업과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부실채권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신용정보업자와 자산관리회사들을 정책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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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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