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SPA(기획부터 판매까지 일괄 의류전문점)브랜드인 일본의 유니클로. 지난 2009년기준으로 총 매출액이 70억달러(약 8조원)에 이르는 글로벌 패션업체지만 이 거대한 기업도 과거 한때 식품사업에 손을 댔다가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의류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둔 후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회장은 갑자기 식품사업으로 눈을 돌려 식품자회사를 설립하고 2003년부터 ‘스킵’이란 브랜드를 시장에 내놨다. 맛이 좋아 처음에는 성공하는 듯 보였지만 점차 판매가 지지부진하다 결국 1년 반만에 사업을 접고 말았다. 실패원인은 시중보다 2배에 달하는 높은 가격. 소비자들은 품질이 좋으면서 가격이 저렴한 유니클로 의류제품에 대한 호감을 갖고 있었는데 반해 같은 유니클로에서 만드는 식품은 고품질이지만 가격면에서 만족을 느끼지 못했다. 외도의 쓴맛은 고스란히 약이 됐다. 본업인 의류분야에서는 더욱 소비자 눈높이에 맞추는 전략으로 패스트 패션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소비자 눈높이에 맞는 제품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기업의 성패가 갈린다. 미국 슈퍼마켓에 매년 평균 새로 진열되는 약 3,000여개의 상품 가운데 소비자가 기억하는 브랜드는 단 7개 정도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있다. 출시한 후 한 해를 넘겨 살아남는 제품이 100개당 1개가 될까 말까 하다는 얘기다. 히트 상품 대열에는 끼지 못하더라도 내놓은 상품마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기업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업계 전문가들과 학자들은 기업들이 실패를 거듭하는 데는 스스로 회사의 강점을 과신해 시장 변화를 무시하고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원인이 가장 크다고 지적한다. 다른 리딩기업과 다를 바가 없는 제품및 마케팅전략, 미래에 닥쳐올 새로운 시장을 경영자가 보지 못하는 실수도 실패 이유로 지목 받지만 무엇보다 소비자를 생각을 파악하지 못하고 감동을 주든 데 실패 할 때 기업은 위기에 봉착한다는 것이다. 그 반대로 성공하는 기업들에는 소비자 만족이란 공통코드가 있다. 소비자가 필요로 할 때 가장 적절한 기능과 합리적 가격으로 자연스럽게 상품을 선택하도록 유도한다. 예컨대 지난 2000년대초 주방용품 가운데 주부들한테 빅히트 상품이었던 밀폐용기는 2000년대 중반 플라스틱의 환경호르몬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소비가 급감하는 위기를 맞는다. 대부분 국내 생산업체들이 택했던 위기 탈출책은 플라스틱의 안전성을 외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들과 달리 소비자들의 요구를 직시했던 다른 한 기업은 플라스틱 대신에 유리 밀폐용기를 만들어 대 히트를 쳤다. 기존 업체들이 플라스틱의 무해성만 강조하고 시장의 변화에 눈과 귀를 닫았던데 반해 그 기업은 소비자들의 요구를 파악하고 가장 최적의 기술로 만족도를 극대화해 성공을 거뒀다. 유통업계는 올해 유가등 원자재 가격 급등 등 경기환경이 최악의 수준까지 가지 않는다면 소비재 시장이 소폭의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기상승 국면에 진입한 만큼 소비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많다. 하지만 지난 불황기에 합리적 선택의 소비 가치를 경험한 소비자들이 경제 불안요인이 불거질 때마다 호감이 가는 브랜드에만 몰리는 쏠림현상이 지속되는 한 기업들도 호황기가 결코 기회가 될 수 없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유통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에 이어 백화점·마트 등 오프라인 채널과 인터넷, 홈쇼핑 등 온라인채널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소셜커머스와 같은 니치마켓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수가 참여하고 있는 온라인 공간에서 소비자들에게 눈높이에 맞춘 제품인지 아닌지를 평가 받고 온·오프라인 시장에서 선택과 버림을 받는 제품들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결국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하는 제품에 선택의 기회가 커질 수 밖에 없으며 상품선택에서의 미묘한 변화에서도 그 흐름을 파악하고 대처하는 기업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서울경제가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은 것으로 예상해 선정한 ‘2011 상반기 히트예감 상품’들은 소비자들의 요구에 걸 맞는 기능과 가치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초반 주목을 끌었던 제품도 결국 시장의 주류를 형성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브랜드들은 시장 급변기에도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인 검증된 제품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구매자들의 선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IT(정보기술)관련 소프트웨어나 서비스들은 젊은 소비층들의 합리적 소비경향에 맞춰 높은 사양과 다양한 기능을 갖춘 상품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식품 및 생활용품 시장에서 친환경·고기능성 상품에 대한 인기는 변함이 없다. 특히 자연주의를 표방한 식품ㆍ화장품등을 선택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같은 값이라면 자신에 꼭 필요한 기능의 강도를 높인 고기능성 식품과 생활용품을 더 좋아한다. 골프용품의 경우 최근 온라인과 오프라인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데 플레이어의 몸에 맞는 제원을 갖춘 클럽을 제공하는 브랜드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금융상품도 막연한 고수익 보장을 강조하는 상품보다는 안정적 수익을 내면서 장기적으로 가족과 노후에 대한 걱정을 덜어주는 맞춤형 서비스상품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