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7월 14일] 베스트 애널리스트는 영업맨?

해마다 1월과 7월이면 언론사를 통해 '상ㆍ하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 명단이 발표된다. 애널리스트들에게는 언론사들의 이러한 베스트 애널리스트 선정 결과가 연봉 협상과 이직 과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대다수의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베스트 애널리스트 선정 과정이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데 깊이 공감하고 있다. 언론사의 베스트 애널리스트 선정은 주로 펀드매니저들의 평가를 토대로 이뤄지는데 이때 해당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 간의 친분관계가 매우 중요한 평가 척도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펀드매니저들은 각 언론사에서 배포 받은 평가지를 통해 각 항목마다 해당 부문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다고 생각하는 애널리스트 몇몇을 순서대로 기재한다. 문제는 이들이 각 업종별로 수십명에 달하는 애널리스트를 모두 기억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따라서 애널리스트들의 객관적 실적과 관련 없이 각각의 펀드매니저와 안면이 있는 애널리스트들의 이름이 자연스럽게 평가지를 채우게 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베스트 애널리스트 발표가 있기 한두달 전부터 증권가는 펀드매니저나 기관투자가들과 접대약속을 잡기 위해 매우 분주하다. A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선정되기 위해 직접 사비를 털어 펀드매니저들 수십명에게 선물을 돌리는 애널리스트도 본 적이 있다"며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선정만 되면 수억원대의 연봉을 받게 되는데 접대비로 1,000만원을 쓴다고 해도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주가 예측력이나 기업발굴 능력 등을 계량적으로 파악하는 작업도 병행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표준화된 분석 틀이 없다 보니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이뤄지는 게 대부분이다. 물론 실력이 전혀 없는데 영업력만 가지고 베스트 애널리스트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베스트 애널리스트 선정 결과에 따라 해당 애널리스트의 평판이 달라지고 더 많은 투자자들이 그들을 참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좀 더 공신력 있는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베스트 애널리스트의 본질은 '뛰어난 분석력'이지 '발 빠른 영업력'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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