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에서 노숙생활을 하던 박모(44)씨는 지난 4월 자신을 병원 직원이라고 소개한 한 남자를 만났다.
그 남자는 ‘병원에 가면 술과 담배는 물론 간식비를 준다’며 유혹했다. 박씨가 이끌려 간 곳은 경북에서 정신건강의학과를 진료과목으로 한 병원이었다. 신경·정신과적 질환이 없었던 박씨는 의사 진단도 없이 입원해 1개월간 생활하다가 나왔다.
전국의 일부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이 정신적 질환이 없는 노숙자를 유인해 입원시킨 뒤 국가로부터 요양급여을 받아내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의 한 병원은 지적장애가 있는 30대 여성 노숙자 홍모씨에게 ‘담배를 준다’며 유인한 뒤 입원시켰다. 이 노숙자가 전철역에 누워있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은 뒤 어머니에게 보내겠다며 협박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은 ‘요양병원 대응 및 홈리스 의료지원체계 개선팀’이 최근 서울의 노숙자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드러났다.
개선팀은 전국 6곳의 병원이 이처럼 노숙자를 이용해 요양급여를 부당하게 취득했다고 주장했다. 개선팀은 홈리스행동, 빈곤사회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회진보연대,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5개 단체로 구성돼 있다.
개선팀은 “6개 병원은 해당 병원에서 치료할 수 없는 환자를 입원시켰을 뿐 아니라 병명을 조작하고 질병 치료와 무관한 약을 복용하도록 해 건강권과 인권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보건복지부는 요양병원 관리감독과 노숙인의 보호주체임에도 의무를 게을리 해 피해사례가 발생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보건복지부와 병원 6곳의 개선을 권고해 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