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은 물론 컴퓨터 자판에 익숙하지 않으면 장관직을 수행하기 어려워질 것 같다. 청와대의 전자문서관리시스템이 행정부에 도입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정부 각 부처 장관들이 노무현 대통령 스타일로 전자문서시스템을 활용하려면 일단 잠부터 줄여야 할 판이다. 노 대통령은 출근 전 2시간, 퇴근 후 3시간을 전자문서를 결재하고 의견을 보내는 데 할애한다.
청와대 전자문서관리시스템의 골자는 ‘댓글’. 행정관이 기안한 문서를 내부 인터넷망인 ‘e知園(지원)’에 올리면 담당비서관이 검토의견을 댓글로 달아 수석비서관에 보내고 수석비서관이 똑같이 댓글 의견을 달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형식이다. 최종 결재가 나기까지 대통령의 댓글이 행정관에게 직접 내려오는 경우도 있다.
노 대통령이 전자문서를 챙기는 시간은 하루에 약 5시간. 청와대 비서관들이 받아보는 대통령의 댓글이 찍힌 시간은 출근 전 2시간, 퇴근 후 3시간이 대부분이다. 한 비서관은 “대통령이 이 시간대를 ‘업무집중시간’으로 활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각 부처의 업무보고가 시작되면서 검토사항이 많아져 노 대통령이 전자문서를 검토하는 시간도 늘어난 것 같다는 전언이다. 물론 간혹 새벽에 대통령의 메일이 날라오기도 한다.
정부업무혁신의 일환으로 행정부에 도입될 전자문서시스템의 원형은 청와대 결재시스템. 각 부처 장관의 업무 벤치마킹 대상도 당연히 청와대다. 앞으로 장ㆍ차관 직속 또는 정책ㆍ홍보관리실(1급) 산하에 신설되는 혁신기획관이 이를 도입할 전망이다.
노 대통령을 따라 하려면 마인드부터 온라인으로 바꿔야 하는 것은 물론 바쁜 일정을 쪼개야 할 처지다. 그러나 이를 피해가는 것도 그다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주요 정책과 결정의 전자문서화를 넘어 사료로까지 남긴다는 방향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문서결재시스템을 이해하지 않고는 장관직을 수행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노 대통령의 ‘정책 코드’는 ‘혁신과 시스템’인데 전자결재는 그 수단이다. 대부분 외손가락을 이용하는 ‘독수리 타법’에 의존하는 현직 장관들의 입장에서는 타자연습부터 시작해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