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후 3년내 위반땐 “강제 재편입”/독과점 품목수 1백여개로 줄어들듯공정거래위원회가 18일 발표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에서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은 모그룹으로부터의 분리요건을 완화해 실제적으로 독립경영을 하고 있는 친족회사들의 경우 분가를 촉진시켜 주겠다는데 있다.
이는 법개정 과정에서 업계 등의 강한 반발로 「친족독립경영회사」라는 새로운 개념의 도입이 무산됨에 따라 계열분리 요건의 완화를 통해 실질적인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근 재벌경영이 2,3세체제로 넘어가면서 같은 그룹내에서도 서로 독립경영을 하는 계열사가 크게 늘고 있으나 공정거래법상 계열분리요건(계열사 보유지분 3%미만)을 충족시키지 못해 원치않는 더부살이를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 30대재벌의 경우 계열사 6백69개 가운데 4백40여개가 비상장사여서 분리요건 충족을 위해 지분을 매각하고자 해도 현실적으로 장내(증권사)에서 처분하기 힘든 상황이다.
공정위는 사실상 독립경영을 하는 이러한 친인척계열기업들을 모그룹에서 분리하는 것이 경제력집중 억제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고 판단, 이번에 분리요건을 대폭 완화키로 한 것이다.
공정위의 계열분리요건 완화로 삼성 현대 한화 등 2,3세 경영체제로 전환된 그룹을 중심으로 형제나 사촌간의 기업집단(혹은 단독기업)이 속속 분리될 것으로 보여 기존의 재계 순위에도 판도변화가 예상된다.
이번 공정거래법 시행령개정안에는 몇가지 문제점도 있다. 특히 계열사 판정기준에 「통상적인 수준」을 초과하는 채무보증이나 대여금이란 표현, 계열사간 부당내부거래의 기준으로 대여금이나 인력 등을 「상당히 낮거나 높은 대가」로 제공하는 행위라는 표현등은 앞으로 기준의 명료성을 둘러싸고 논란의 소지가 남아 있다.
공정위가 입법예고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친족의 계열분리요건 완화=현재 모그룹으로부터 분리를 원하는 계열사는 모그룹계열사 주식을 상장, 비상장사 구분없이 3%미만(특수관계인 포함)만 보유해야 한다.
그러나 앞으로는 비상장사의 경우 10%(상장사는 현행대로 3%)로 크게 요건이 완화된다. 실제 비상장사 주식의 경우 장내(증권사)매각이 불가능해 모기업에서 해당지분을 매입해주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분리요건을 충족시키기 어려운 실정이다.
공정위는 그러나 위장분리 등을 예방하기 위해 계열분리후 3년이내에 동 요건을 위반하는 경우 강제로 계열에 재편입시키기로 했다.
모그룹에서 분리·독립하면 30대 기업집단에서 제외돼 채무보증(자기자본의 1백%이내)이나 출자총액(순자산의 25%이내), 상호출자규정등 경제력집중억제를 위한 각종 규제대상에서 제외된다.
◇소유분산우량회사 및 기업집단 지정기준=채무보증과 출자총액제한 대상에서 제외되는 소유분산 우량회사의 기준을 동일인(특수관계인포함)의 경우 현행 8%에서 5%로 낮추는 대신 전체 계열사가 가진 지분율은 현행 15%에서 20%로 높였다. 이는 개인의 영향력은 줄이는 대신 최근 늘어나고 있는 기업사냥 등에 대비해 계열사가 가질 수 있는 지분율은 완화(상향조정)해 준 것이다.
또 자기자본비율을 현행 20%에서 30%로 높이고 증관위가 지정한 외부감사인의 감사보고서를 제출토록 해 전체적으로 소유분산 우량기업의 지정요건을 강화했다. 지난해말 현재 소유분산우량회사는 삼성의 제일모직 등 6개그룹 13개사며 이들에 대해서는 앞으로 2년간 새로운 기준의 적용을 유예해 준다.
이와함께 30대기업집단지정에서 제외돼 각종 공정거래법상 경제력 집중억제 규제를 받지 않는 소유분산 우량기업집단의 경우 동일인(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율을 현행 10%에서 5%로, 전계열사 보유지분율은 20%에서 25%로 높였으며 기업집단결합재무제표 등을 추가로 제출해야 한다. 현재 소유분산 우량기업집단의 요건을 충족하는 그룹은 한 곳도 없다.
◇기업결합신고대상=앞으로 계열회사나 친인척이 아니더라도 공동의 목적을 갖고 기업결합에 참여하는 자는 「기업결합 특수관계인」에 포함시켜 취득지분을 합산해야한다.
지난해 현대증권 등 현대그룹계열사들이 국민투자신탁 주식을 매집할 때 함께 동원된 강원은행 등은 법상 계열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기업결합 신고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앞으로는 법상 계열관계가 없더라도 기업사냥에 공동의 목적을 갖고 참여하는 경우 특수관계인으로 간주, 지분합산대상에 포함된다.
공정위는 이와함께 기업들의 번거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공정위에 신고해야 하는 기업결합심사 대상 규모를 현행 총자산 2백억원이상에서 1천억원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시장지배적(독과점)사업자 지정범위 축소=독과점사업자지정 대상 품목을 현행 연간 국내 총공급액 5백억원이상에서 1천억원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에따라 커피 마가린 가스오븐레인지 등 37개품목이 지정대상에서 제외돼 독과점 품목수는 1백66개에서 1백29개(사업자수는 80개가 축소)로 줄어든다. 또 시장점유율 요건(1사 50%이상, 3개사 75%이상)을 충족하더라도 시장이 충분히 개방돼 있고 2년간 공정거래법 위반사실이 없는 등 독과점력의 남용우려가 없다고 인정될 경우에도 지정대상에서 제외한다.
따라서 석유화학제품을 비롯한 20개여개 품목이 추가로 빠져 총 독과점 품목수는 1백여개로 줄어들 전망이다.<이형주>
◎삼성제일제당신세계는/제일제당 분가 쉬워져/삼성생명주 23만주 매각처분땐 가능/신세계,현실적으로 요건충족 어려워
공정위의 이번 조치로 지난해초 삼성그룹으로부터 분리·독립을 신청했다 계열분리요건(계열사 보유지분 3%이내)을 충족하지 못해 독립이 좌절됐던 제일제당이 가장 유력한 분가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제일제당측이 갖고 있는 삼성그룹관련 주식은 삼성생명 11.5%(2백15만주)를 비롯 삼성엔지니어링 9.44% 삼성석유화학 9.7% 삼성전자 2.25% 등이다.
제일제당의 분리독립에 실제적인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은 비상장기업인 삼성생명주식이다. 현재 제일제당측이 분리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삼성생명주식을 총지분의 1.5%(23만주)만큼 더 매각처분해 보유지분율을 10%로 낮추어야 한다.
문제는 제일제당측이 삼성생명의 주가를 상장사인 삼성화재의 주식시세 등을 감안, 주당 30만원대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삼성그룹측에서는 8만∼10만원선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매각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제일제당측은 그러나 여러가지 채널을 통해 삼성생명의 보유지분을 10%미만으로 낮춰 오는 4월1일 대규모기업집단 지정에서 삼성그룹으로부터 분리독립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계열에서 분리할 때 제일제당과 계열관계에 있는 제일제당건설 제일선물 제일냉동식품 등도 삼성그룹에서 함께 분리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그동안 삼성으로부터 분리를 원하고 있던 신세계의 경우 현실적으로 공정위의 분리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워 당장 분가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신세계는 현재 삼성생명주식 14.5%를 비롯 삼성신용카드 6.7% 삼성전자 1.06%등을 보유하고 있다.<이형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