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대통령인양 행동” 노골적 불만/전문가들 오히려 불안 가중 전망도옐친 대통령의 건강문제로 가뜩이나 들끓고 있던 러시아 정정이 알렉산드르 레베드 국가안보위원회서기겸 국가안보담당보좌관의 해임으로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17일 옐친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러시아 국영 ORT TV를 통해 『레베드가 대통령으로부터 승인받지 않은 일련의 행동을 해왔다』면서 레베드 보좌관의 전격 해임을 발표했다.
내달 심장수술을 위해 모스크바 외곽의 별장에 기거하고 있는 옐친은 이날 창백하고 긴장된 얼굴로 출연, 『차기 대통령 선거는 오는 2000년 실시될 예정인데도 불구, 그는 사전선거운동을 시작한 상태』라며 레베드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시했다.
해임발표와 함께 옐친정부는 레베드의 사무실을 폐쇄했으며 전화차단, 국가고위인사에 대한 경호중단등의 일련의 조치들을 취하면서 레베드 제거작업에 들어갔다.
레베드의 해임은 그동안 대통령의 건강악화로 노골적인 대권의사를 비쳐왔던 레베드와 빅토로 체르노미르딘 총리, 아나톨리 쿨리코프 내무장관, 아나톨리추바이스 대통령비서실장 등 사이에서 벌어졌던 크렘린내 권력투쟁의 결과물이다. 특히 지난 15일 쿨리코프 내부장관이 레베드의 쿠데타추진설을 주장하며 옐친 대통령에게 레베드와 자신중 하나를 선택한 이후, 이번 해임이 결정됐다.
레베드는 해임발표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치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번 해임은 추바이스 비서실장에 의한 것이라고 현 옐친정부의 핵심인사들을 비난하는등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그는 최근 체첸사태해결에 개입하면서 정치적인 인기도가 옐친 대통령을 능가할 정도로 급상승하고 있고 군을 중심으로한 폭넓은 지지세력을 갖고 있다. 이때문에 옐친은 자신의 신병에 따른 권력누수현상을 막고 건재를 과시하기 위해 레베드의 해임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정치평론가들은 이번 조치는 옐친이 건강문제로 임기중 유고가 예상되는 상황속에서 차기대권의사를 노골적으로 밝힌 레베드의 입지를 오히려 더욱 확대시켜 러시아 정정 불안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예상했다.<온종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