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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뜨고 '무늬만 종가' 잉글랜드 지고

■ 월드컵 예선으로 본 유럽축구 지각변동<br>벨기에 2008년 후 황금세대 구축<br>남은 두경기서 승점 1만 보태면 12년만에 본선행… 다크호스로



국제축구연맹(FIFA) 9월 랭킹에서 눈에 띄는 두 나라는 단연 벨기에와 잉글랜드다. 벨기에는 6위로 4계단을 뛰어올랐고 잉글랜드는 17위로 3계단 내려앉았다. 축구에 조금 관심 있는 팬이라면 두 나라의 순위가 바뀐 게 아닌가 의심할 수도 있겠다. 실제로 벨기에의 지난 2011년 3월 FIFA 랭킹은 62위였다. 이번 6위는 벨기에의 역대 최고 순위. 반면 잉글랜드는 12년 만의 최저 순위로 체면을 구겼다. 지난해 8월만 해도 3위였던 잉글랜드다.

물론 FIFA의 랭킹 산정에 허점이 많다는 의견이 많지만 그렇다고 아주 틀린 것은 아닌 것 같다. 벨기에는 2014브라질월드컵 유럽예선에서 A조 선두(7승1무)를 달리고 있다. 2위 크로아티아(5승2무1패)와는 5점 차. 남은 2경기에서 승점 1점만 보태도 2002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나간다. 잉글랜드도 H조 1위(4승4무)이기는 하다. 하지만 2경기를 남기고 우크라이나ㆍ몬테네그로에 각각 승점 1점 차로 쫓기고 있다. 유럽예선에서는 9개 조 1위가 본선에 직행하고 2위끼리 플레이오프를 통해 4팀을 더 뽑는다. 잉글랜드의 본선행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12명이 프리미어리거, 붉은 악마 벨기에=벨기에 대표팀 중 자국 리그 소속은 7명뿐이다. 17명이 유럽 빅리그에 몸담고 있고 이 가운데 12명은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에서 뛴다. 에당 아자르(첼시), 마루앙 펠라이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뱅상 콤파니(맨체스터시티), 시몽 미뇰레(리버풀), 토마스 베르마엘렌(아스널), 무사 뎀벨레(토트넘) 등은 올 시즌 EPL 우승후보로 꼽히는 팀에서도 주축 대우를 받는다. 벨기에 선수들 없이는 EPL이 안 돌아간다는 말도 과언이 아니다.

벨기에 대표팀의 애칭은 '붉은 악마'다. 1906년 프랑스와 네덜란드를 상대로 잇따라 대승을 거두는 동안 붙여졌다. 2006독일ㆍ2010남아공 월드컵 때는 본선행 좌절을 겪었지만 최근에는 '황금세대'라는 새로운 별명으로 불리며 2014월드컵에서 단단히 사고를 칠 기세다. 벨기에의 월드컵 최고 성적은 1986멕시코월드컵 때의 4위다.


미드필더 펠라이니는 '벨기에 대세론'에 대해 "2008베이징올림픽(4위) 때 동고동락했던 18~21세 선수들 대다수가 그대로 월드컵 대표팀으로 올라왔다"며 "우리는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다"고 밝혔다. 협회의 정책도 효과를 봤다. 벨기에 축구협회는 2000년 10년을 내다본 계획을 짰다. 핵심은 유소년 선수들에게 4-3-3 포메이션만 훈련시킨 것이다. 10년을 같은 포메이션만 파고든 벨기에 대표팀 선수들은 전술 이해도가 높다. 네덜란드 식 '토털사커'와 프랑스 식 '아트사커'를 한데 녹인 듯하다는 평가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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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종가, 잉글랜드=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는 재미있지만 잉글랜드 대표팀 축구는 재미없다. 약팀인 몰도바나 산마리노만 크게 이길 뿐 우크라이나ㆍ몬테네그로ㆍ폴란드와는 매번 비겼다. 스티븐 제라드(리버풀)와 프랭크 램퍼드(첼시), 시오 월컷(아스널) 같은 선수들이 있지만 대표팀에 모아놓으면 호흡이 안 맞는다. 유럽예선 4경기에서 5골을 넣은 웨인 루니(맨유)는 부상 중이다.

1990이탈리아월드컵 4위 이후 4강에 한 차례도 오르지 못한 잉글랜드. 다음달 있을 몬테네그로ㆍ폴란드와의 9ㆍ10차전에서도 무기력할 경우 20년 만의 월드컵 본선 탈락을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로이 호지슨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은 "다음달 경기에는 많은 선수들(루니, 대니 웰벡, 대니얼 스터리지 등)이 돌아온다"며 "게다가 홈경기다. 우리는 더 강해질 것"이라는 말로 비난 여론에 맞섰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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