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이 이라크의 무장해제 시한을 17일로 못 박는 새로운 결의안을 제시함에 따라 이라크전이 사실상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미국측은 10일 이 같은 결의안을 유엔 안보리에 상정할 예정이며, 통과 여부와 상관없이 17일 직후 이라크 공격에 나설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백기 항복이라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이제 전쟁은 피할 수 없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라크 및 일부 유엔상임이사국에 대한 최후 통첩=수정안과 기존 유엔 결의안과의 차이점은 이라크 무장해제 시한을 정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미영의 이번 수정안 제출이 이라크는 물론 사찰 연장을 통한 평화적 해결을 주장하는 프랑스ㆍ러시아 등 이라크전에 반대하는 유엔상임이사국에 대한 경고의 성격이 짙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분명한 종료일을 못박지 않은 상태에서 사찰을 계속하는 것은 이라크를 돕는 것”이라며 이들을 비판했다. 즉 이라크가 무장 해제를 할 의사가 있다면 17일까지도 할 수 있으며 사찰 연장을 해 주는 것은 결국 지난 12년간 그랬던 것처럼 이라크의 시간 벌기에 놀아나는 꼴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프랑스와 러시아는 이미 이 같은 수정안에 대해 강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유리 페도토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8일 “유엔 안보리에서 새 이라크 수정결의안이 통과되지 못하도록 가능한 모든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표결을 통한 결의안 통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은 수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더라도 독자적으로 전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9일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이라크 문제에 관한 타협안 모색을 위해 유엔상임이사회 소속 15개국 정상들이 모여 회의를 갖자고 긴급 제안했다.
◇미국, 전쟁준비 완료= 이라크전을 둘러싼 마지막 외교전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미국은 이라크 주변 걸프지역에 24만여명의 대규모 병력을 배치하고 공격준비를 최종 점검하는 등 사실상 개전을 위한 정지작업을 완료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특히 이라크 비행금지구역에 대한 전투기 출격횟수를 `전례 없는 수준`으로 늘리는 등 이라크 주변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와 함께 쿠웨이트와 터키ㆍ이라크 접경지역에 배치된 미 보병사단들도 마지막 점검을 마무리 한 가운데 부시 대통령의 진격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장순욱기자 swcha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