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웠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배우들을 데리고… 나만 잘 하면 되겠구나 생각했죠."
영화 '범죄의 재구성'(2004) '타짜'(2006) '전우치'(2009)의 연출을 맡으며 한국형 액션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연 최동훈(41) 감독이 내달 25일'도둑들'(제작 케이퍼필름·배급 쇼박스㈜미디어플렉스)로 관객을 찾는다. 12일 오전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최 감독은 "두려웠다. 막상 첫 촬영을 앞두고 보니 훌륭한 배우들이 함께 해 (결국)나만 잘 하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오션스 일레븐'(2001)보다는 더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이 영화가 모두를 행복하게 해 줬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도둑들'은 마카오 카지노에 숨겨진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을 훔치기 위해 한 팀이 된 한국과 중국의 도둑 10인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 액션극이다. '태양의 눈물'이라는 하나의 목표로 모였지만 각기 다른 속내와 개성을 지닌 독특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10인의 도둑으로 김윤석(마카오박) 김혜수(팹시) 이정재(뽀빠이) 전지현(예니콜) 김수현(잠파노) 김해숙(씹던껌) 오달수(앤드류) 등 내로라 하는 배우들이 열연했다.
최 감독은 전설의 금고털이범으로 분한 김혜수와 미모를 겸비한 줄타기 도둑으로 옷을 갈아 입은 전지현에 대해 "김혜수는 허튼 모습을 쉽게 보여주지 않는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이고 전지현은 늘 즐거운 에너지가 넘치는 배우로 가끔은 마를린 먼로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치켜세웠다.
최 감독은 미리 공개된 메이킹 필름에서 이정재의 연기에 유독 흡족함을 보이기도 했다. "정재씨는 '범죄의 재구성' 때 나와 작업을 하지 않겠다는 배우로 언젠가 어려운 배역을 맡겨 복수를 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웃음) (이정재가 맡은) 뽀빠이 캐릭터는 설정 자체가 어려운 인물이었는데 첫날 정재씨의 연기를 보고 뒤로 넘어갔어요. '바로 이거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도둑들'에서 이정재는 전설의 도둑 마카오 박의 뒤통수를 노리는 한국팀 보스로, 부드러운 얼굴 이면에 욕망과 비열함을 감추고 있는 뽀빠이 역으로 열연한다.
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전작 모두에 출연한 배우 김윤석은 그의 영화 색깔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언제나 최 감독의 이야기는 작은 것에서 시작됩니다. 마치 가내 수공업처럼 다락방 한 켠에서 연필로 원고지에 글을 쓰고 거기서 시작된 작은 이야기 하나로 여러 사람들, 군상들의 모든 면을 다 담아냅니다. 인간 관계에 깔린 슬픔을 잘 담아내는 최 감독과 다락방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오래도록 하고 싶습니다."
최동훈 감독은 2004년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을 통해 속고 속이는 전문 사기꾼의 세계를 그려내 250만 관객을 동원하고, 청룡영화제 등 각종 영화제 신인 감독상을 휩쓸며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허영만 화백의 원작 만화를 영화적으로 재해석해 도박꾼들의 화려한 배팅과 엇갈린 욕망이 공존하는 세계를 그린 '타짜'가 많은 사랑을 받았고, 세 번 째 작품 '전우치'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화려한 액션과 한국형 오락 영화를 선보인 감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