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치자금 모금 韓ㆍ美 차이

힐러리 클린턴 뉴욕주 상원의원이 7일 저녁 뉴저지주 노우드에 있는 김석영 변호사 집을 찾았다. 한인 50여명이 김 변호사 집을 가득 메워 그를 반겼다. 참석자들은 한사람당 1,000 달러씩 모아 5만 달러 정도의 후원금을 조성했고, 힐러리 의원은 모든 사람과 돌아가며 기념 사진 촬영에 응했다. 그는 짧은 연설에서 3년전에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추진하는 김대중 전대통령을 홀대하면서 한반도 문제가 불거졌다며 부시 행정부를 성토하고, 아울러 한인들이 역동적으로 활동, 한국과의 동맹관계에 도움이 돼 줄 것을 부탁했다. 그는 또 친필 서명한 자서전을 참석자들에게 전달했다. 빌 클린턴 전대통령의 부인으로 차기 대권주자의 한사람으로 꼽히는 거물 정치인이 한인의 집을 찾은 것 자체가 전례없는 일이다. 그만큼 미국 이민 100년 동안에 한인 사회가 커졌고, 초기 이민자들이 땀흘린 결실로 2세, 3세들이 미국 사회에 정치적 영향력을 높여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날 행사를 보면서 미국의 정치가 한국과는 너무도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미국의 정치자금 모금이 깨끗하고 투명하다는 점이다. 현금 모금은 법으로 금지되고, 추적이 가능한 개인수표(체크)로만 냈다. 또 한 사람당 1,000 달러 이상 내지 못하게 했다. 또 유권자가 지지하는 정치인을 후원하고 만나는 것이 퍽이나 자연스러웠다. 참석자들은 이민정책, 교육 정책 등 관심사항을 물었고, 힐러리 의원은 때론 부시 정부를 비난하고, 때론 남편을 두둔하면서 시원시원하게 대답했다. 이런 방식의 후원행사라면 트럭에다 돈 박스를 실어 건네는 이른바 차떼기 방식이나 거액의 무기명 채권을 전달하는 한국식 검은 돈 거래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글로벌 경영을 강조하는 한국 굴지의 대기업들이 거액의 검은 돈을 건넨 일로 국제망신을 당하고 있다. 기업의 회계 투명성에 문제가 노출됐고, 정치권과 재계의 커넥션이 국제사회에 들통났다. 미국이건 한국이건 정치엔 돈이 필요하다. 문제는 그 돈을 어떻게 마련하는가 하는 점이다. 미국에선 타임워너사가 민주당에 정치자금을 내도 공화당 정부가 괘씸하게 보는 일은 없다. 정치가 깨끗해야 사회가 맑아지고 기업 활동도 자유로워진다. 미국이 세계를 리드하는 이유중의 하나가 정치가 깨끗하기 때문이고 한국이 성장의 한계에 허우적거리는 것이 정치가 발목잡고 있기 때문이라면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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