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국책사업의 변경이 너무 잦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 되고 있는 이 같은 현상은 새 정부 들어서도 예외는 아니다. 우선 경인운하 백지화를 비롯해 경부고속철도 노선변경ㆍ새만금사업 재검토ㆍ 북한산관통도로 터널공사 구간 변경 등 한 두건이 아니다. 26일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전면실시를 유보키로 함으로써 전임 `국민의 정부`에서 추진된 대형 국책사업 치고 재검토ㆍ보류대상이 아닌 사업이 없게 됐을 정도다. 이처럼 재검토ㆍ보류대상이 잇따르면서 공기 지연과 추가적인 비용증가가 당장 발등의 불로 다가오고 있다. 여기에 집단이기주의까지 가세, 그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만 가고 있다. * 본지 27일자 1면 보도
`참여 정부` 출범 후 지난 3개월 동안 재검토나 보류대상이 된 국책사업은 굵직한 것만 따져도 5건이 넘는다. 이로 인한 추가지출만도 어림잡아 10조원에 달한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경부고속철의 경우 노태우 정권 당시 정치논리에 의해 착공된 사업이다. 그런데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부산에서 지역민원이 발생하면서 노선을 재검토키로 한 것이다. 사실 울산~경주간 노선은 착공 후 수 차례의 엎치락 뒤치락 끝에 이미 확정된 상태다. 만약 이번에 노선이 바뀔 경우 지역간 갈등까지 우려된다. 확정된 것은 더 이상 손을 댈 이유가 없다. 현재 경부고속철이 당면한 과제는 대전역과 대구역의 역사(驛舍)를 지상으로 할 것인가, 지하로 할 것인가를 결정할 일이다. 지금까지는 지역이기주의에 밀려 이를 늦추었으나 이제는 단안을 내릴 때가 된 것이다.
새 만금 사업도 마찬가지다. 새 만금 사업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강행방침에 환경단체가 반대하자 정부가 후퇴, 사업전망이 불투명해진 케이스다. 경인운하 건설도 백지화 하기로 했다가 논란이 일자 재검토 대상이 돼 버렸다. NEIS사업은 오락가락 정책의 표본이다. 새 정부의 교육인적자원부가 가닥을 잡지 못한 채 허우적대다 결국 전교조의 힘에 밀려난 형국이 돼버렸다.
정부의 정책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조변석개(朝變夕改)식으로 바뀌다 보면 국민이 정부를 불신하고 외국도 우리나라를 믿지 못한다. 국가신용도 하락이 가져온 결과에 대해서는 국제통화기금(IMF)체제 당시 이미 경험한 바다. 새 정부는 전임 정부가 계획하고 착공에 들어간 사업에 대해서는 이를 부정만 할 것이 아니라 사업성을 충분히 검토, 타당성이 있는 사업은 계속 밀고 나가야 한다. 또 집단이기주의에 대해서는 강력대처, 공권력의 엄정함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 요즘 우리사회에는 “목소리를 높이면 통한다”는 집단이기주의 바람이 풍미하고 있다. 정부는 잦은 정책변경이 가져올 후유증도 심각하게 검토해 봐야 할 것이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