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중견기업 혁신으로 승부하라] <하> 퍼주기 대신 인프라 구축을

보조금 지원보다 해외시장 개척·M&A 활성화 정책 내놔야<br>업종·규모별로 체계화해 글로벌 진출 노하우 전파<br>공정한 경쟁 가능하도록 투명한 시장 조성도 필요

중견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보조금 등 직접적인 지원보다 올바른 산업생태계를 구축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부산지역 중견기업인들이 지난 10일 부산상공회의소 2층 국제회의장에서 윤상직 지식경제부 제1차관을 초청, 기업애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부산상의


정부는 올해부터 매출액 3,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을 위한 연구인력개발 세액공제 구간을 신설하고 가업상속공제 대상 기업 범위를 1,5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확대했다. 이미 점진적으로 중견기업들의 부담을 완화시켜주고 있는 것.

새 정부 출범을 준비 중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현행 3년인 중소기업 졸업 유예기간을 늘려주거나 지난 2010년 이전에 졸업한 기업에 대해 중소기업에 주는 30~50% 수준의 세제혜택을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센티브는 보조적인 역할이지 제대로 된 성장의 사다리가 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특히 무분별한 퍼주기식 지원으로는 정부의존형 약체기업만 양산할 확률이 높은 상황이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이 원활하고 다시 대기업으로 도약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중소ㆍ중견기업들이 스스로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는 것과 동시에 올바른 산업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제도적인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아직 단가 인하나 인력 탈취 등 환경적인 어려움도 크기 때문에 지속성장이 가능하도록 공정경쟁 시장여건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중견기업이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도록 적극 유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전문인력 장기근속 등 성장 장애요인을 극복할 수 있는 구조적인 방안 마련과 함께 한국적 성공 패턴을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는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성공하는 경영전략, 경영 노하우를 체계화해 전파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애플ㆍ구글과 같은 혁신기업을 배출하기 위해 업종별ㆍ규모별로 분류해 창의성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도약한 성공 모델을 발굴, 롤모델로 삼아야 한다는 제안이다.

아울러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데 도움이 될 정보와 인프라를 제공해주는 것에 정부 시책의 최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중견기업연합회에 따르면 해외진출 중견기업 중 48%가 직접 해외시장 정보를 조사하고 있다. 정부지원제도를 잘 모르거나(47.2%), 정부 지원 시책에 대한 불만족(34.4%) 때문이다.


기업들은 단순히 수출 위주의 마케팅을 진행할지, 국가별 전략을 펼칠지 유형에 따라 필요한 게 다르기 때문에 세부적인 글로벌화 정보가 있어야 방향타 설정에 도움이 된다. 중소기업연구원 관계자는 "정부나 대기업이 가진 인프라와 정보를 제공해주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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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들이 인수합병(M&A)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M&A가 기업 성장에서 큰 역할을 하지만 우리의 경우 M&A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게 현실이다. 한정화 한양대 교수는 "국내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곳은 대기업뿐이고 히든챔피언이 없다"며 "독자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과 M&A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중소기업 정책을 펴는 중소기업청이 아닌 지식경제부에 중견기업정책국을 신설한 것은 정책 흐름상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의견도 많은 상황이다. 익명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중소ㆍ중견기업을 강조하면서 정책 이니셔티브를 쥐기 위한 지경부와 중기청의 갈등이 극도로 심화됐다"고 꼬집었다.

업계에서는 지경부 업무의 방점이 대기업에 찍혀 있어 중견기업 육성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푸념한다. 중견기업국 내 3개의 과가 있지만 중견기업정책과와 달리 혁신지원과ㆍ성장촉진과는 중견기업 지원 역할이 미비해 국을 만들기 위해 구색만 맞춘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기업 애로 해결, 연구조사, 정책 개발을 하는 전담창구인 중견기업육성지원센터는 산하기관인 산업기술진흥원에 설치돼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경부 장관 주재로 열리는 중견기업육성ㆍ지원위원회는 지금까지 단 두 번만 개최된 점도 정책 의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

중견기업 정의에 대한 논란도 차제에 정리해야 할 과제다. 산업발전법에 따르면 중견기업은 중소기업 범위를 벗어난 동시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기업이 아닌 기업이다. 통상 3년 평균 매출액 1,500억원 이상으로 보지만 상한 규정이 없어 매출액 4조원인 기업도 법적으로는 중견기업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견기업이라는 단어 자체가 지원 편의상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인위적인 기준"이라며 "중소기업 중 중기업과 혼동돼 쓰이면서 혼선을 빚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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