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의날 좌담] 흑자정책을 위한 과제
고부가제품 위주로 수출質 높여야
사회=한영수(무역협회 전무)
<토론 참석자>
김상열(산업자원부 무역정책심의관)
김익수(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장문영(이건산업 대표이사)
심영섭(KIET 선임연구원)
내년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적자로 반전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 올해 무역수지 흑자가 120억달러로 예상되는 등 지난 3년동안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왔지만 내년에는 수지흑자가 불투명해 진다는 것. 전문가들은 환율불안, 유가상승, 통상압력 강화 등 대외 여건이 더욱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대한 대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경제신문은 '그래도 수출이다'라는 시리즈를 통해 수출의 중요성과 현안 과제를 제기하고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한바 있다. 이를 한국무역협회와 공동으로 '무역흑자 정착을 위한 과제'를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개최, 종합 정리해봤다.
30일 '무역의 날'을 맞아 지속적인 무역흑자 기반을 구축하는 것만이 우리경제를 살리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면서 이 토론회를 마련했다.
▲사회=어려운 수출여건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기대 이상의 수출과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올 한해의 성적을 정리하고, 내년도 전망을 한다면.
▲김 심의관=올들어 지난 10월까지 수출은 1,425억달러, 수입은 1,330억달러를 기록했다.
품목과 지역별 수출을 보아도 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수입도 그리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다만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에너지 부문에서 160억달러가 추가 수입됐다.
이를 감안하면 연말까지 120억달러의 흑자가 달성될 것으로 보여 사실상 지난해보다 흑자는 늘어났다. 올해는 기대이상의 성적을 거뒀지만 문제는 내년이다.
고유가와 반도체 가격 하락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여 상당한 고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동남아 경제가 불안해지면서 환율이 오르고 유로화도 약세를 이어가는 등 외부환경도 어렵다. 문제는 최근 위기극복을 위해서는 수출확대를 통한 안정적인 무역흑자를 달성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점이다.
▲사회=지난 98년 이후 무역흑자는 우리 수출상품의 경쟁력 개선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원하절하와 미국 등 선진국경기 호조에 따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심 연구원=그런면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환율이 올라가면 수입가격이 올라가는 것처럼 환율이 일방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98년 이전 화폐가치가 잘못 평가돼 절하폭이 더 커지는 우를 범한 점을 생각해야 한다.
최근 수출경쟁력도 많이 좋아졌다. 무역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하이테크 제품의 비중은 지난 96년 16%에서 올해 26%로 크게 늘어났다. 이는 특히 디지털 부문에서 경쟁력이 크게 좋아졌기 때문이다.
▲김 교수=98년 수입이 줄어 발생한 390억달러 흑자는 비정상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의 흑자는 정상적으로 보아야 한다. 우선 선진국의 정보통신시장이 커졌고 국제 원자재 값이 안정되면서 수입증가율도 둔화됐다.
지역별로는 중국ㆍ대만ㆍ홍콩 등 중화경제권이 큰 시장으로 등장했다. 전체 흑자의 50%가 이 지역에서 발생했다. 품목별로는 자동차ㆍ반도체 중심에서 PCㆍ휴대폰ㆍLCD 등으로 다변화 되고 있다. 하지만 경쟁력이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수출을 지속적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외부환경 변화에 따른 혁신이 아니라 스스로 혁신할 수 있는 발판을 구축해야 한다.
▲사회=단기적으로 볼 때 수출경쟁력은 환율ㆍ금리ㆍ임금 등 가격변수의 적절한 운용이 중요한 것 같다. 업계의 시각은.
▲장 사장=환율은 약세든 강세든 양면을 가지고 있다. 환율에 따라 수출이 춤춰서는 안된다. 급변동을 막는 정부의 기능도 중요하지만 기업들이 스스로 변동에 적응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환율보다 더 심각한 것은 임금 문제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매년 올라가는 임금을 감당하기 어렵다.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도 임금이다.
장기적으로 임금을 억제하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사회=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수출비중이 전체의 3분의 1에 달하고 있지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 같다. 중소기업의 수출활성화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김 심의관=지금까지의 수출진흥정책은 대기업 위주였다. 앞으로는 대기업위주의 수출정책은 바뀔 수 밖에 없다. 특히 지식정보가 가치를 창출하는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이것은 우리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에 대응할 수 있는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더 유리하다. 중소기업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우선 적정환율을 유지하는 데 신경을 쓰겠다. 환변동 보험을 중소기업에까지 확대했으며 중소기업지원센터로 수출지원 기능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소기업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전시사업 지원도 강화하겠다.
이런 지원 기능은 단지 구호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갖춰 체계화할 예정이다.
▲심 연구원=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의 수출이 더 견실한 면이 있다. 중소기업의 수출은 특히 수출여건이 어려울수록 더욱 견고한 성장세를 보였다. 중소기업의 수출이 재조명돼야 한다. 마케팅력이 부족한 중소ㆍ벤처기업의 수출에 대한 지원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사회=수입의존적 산업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이자 반드시 풀어야 하는 숙제라고 생각하는데.
▲김 교수=일본에서는 산업용 기계류와 전기전자부품이, 중동에서는 원유가, 호주에서는 양털ㆍ곡물ㆍ원자재 등이 많이 수입되고 있다. 올해 일본에 대한 적자는 120억달러로 예상된다.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우리가 한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그 가운데 30%를 수입해야 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일본의 9%에 비해 크게 높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립가공무역에서 탈피해야 한다. 또 문화ㆍ관광ㆍ해운 등 서비스 수출을 늘려야 한다. 부품소재 산업의 육성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 따라서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 업체를 국내로 직접투자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 될 수 있다. 인수합병(M&A)을 이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김 심의관=정부는 부품소재분야를 2005년까지 수출상품으로 육성할 것이다.
112개 기계류를 선정, 지원하는 방안을 올해 입법화 시킬 계획이다. 저가PCㆍ자동차 등에 관해서는 '내년이 대일 수출의 해'라고 생각하고 전폭적인 지원에 나설 것이다.
동대문ㆍ남대문시장은 새로운 마케팅 모델이며 사이버 마케팅을 통한 일본 수출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장 사장=국가간 분업화도 필요하다. 우리가 모든 것을 다할 수는 없다.
경쟁력있는 분야는 집중 지원하고, 그렇지 않은 분야는 과감히 버리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사회=최근 중국이 부상하고 한ㆍ일 자유무역지역(FTA)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데 어떤 준비를 해야 한다고 보는가.
▲심 연구원=한국과 중국, 일본 세 나라의 교역량은 세계의 15%를 차지한다.
아세안(ASEAN)을 포함하면 엄청난 경제권역이 만들어진다. 우리만의 비교우위 제품과 경쟁하고 있는 제품을 구분해 차별적인 전략을 세워야 한다.
▲김 교수=한ㆍ일간 FTA가 성사되면 엄청난 충격을 가져올 것이다. 일본은 국내총생산(GDP)이 우리의 10배에 이른다. 중국은 3배지만 잠재력을 갖고 있다.
경제통합은 우리 경제의 속도에 맞춰야 한다. 무역확대, 과잉설비에 대한 공동 구조조정, 전략적 제휴 확대 등의 영향을 가져올 것이다. 경쟁력만 갖추면 해 볼만 하다. 하지만 정부와 민간이 주도면밀하게 이에 대응해야 한다.
▲사회=한국과 일본은 물론 중국까지 경제통합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준비기간은 몇 년이나 필요하다고 보는지.
▲김 교수=내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고 2005년에 관세를 철폐하는 1단계 개방이 이뤄지면 일본의 FTA 압력이 높아질 것이다. 중국에 맞설 수 있도록 한국과 일본 모두가 준비해야 한다. 학계나 정부 모두 이에 대한 논리도 개발해야 한다.
결국 3국간 통합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2010년에는 중국까지 경제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사회=장기적으로 우리의 바람직한 무역전략은 어떻게 끌고가야 한다고 보는가.
▲김 심의관=단품 위주의 수출에서 벗어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고부가가치의 상품과 서비스 상품을 복합화도 서둘러야 한다. 전시산업이나 물류산업도 투자가치가 높다. 이를 위해 지역을 거점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사회=무역업계를 위한 가장 우선적인 정책적 지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장 사장=수출이 중요하다. 수출만이 우리가 살아나갈 길이다. 위축돼 있는 무역업계의 '기 살리기'를 통해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역인들의 자부심을 길러주는 것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사회=무역흑자 정착을 위한 산업ㆍ무역정책의 방향에 대해 말해보자.
▲김 심의관=기업이 투명성ㆍ수익성ㆍ윤리성을 갖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기업과 정부가 신바람나는 경영 풍토를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외국인 투자와 M&A가 국부유출이 아니라는 생각도 가져야 한다. 선진에너지 정책을 도입하고 국민운동을 펼치는 등 에너지 절약에 대한 노력도 요구된다.
▲심 연구원=무역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낮아지고 국민적 관심도 줄었다. 무역성적표가 그 국가의 경쟁력 성적표다. 하지만 무역에 대한 우선 순위가 다른 분야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중소기업의 수출이 탄탄한 것은 수출을 통해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쟁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수출업계의 어려움을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리=조영주기자 yjcho@sed.co.kr입력시간 2000/11/29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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