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부, 선심정책 남발] 재원조달 방안도 없이 백화점식 나열만

청와대와 정부가 4ㆍ15 총선 민심잡기를 위해 인사뿐만 아니라 정책까지 `올인(all in)`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 각 부처가 최근 뚜렷한 민의수렴절차나 재원대책 없이 하루가 멀다 하고 국민들의 인기를 끌 수 있는 각종 민생정책을 백화점식으로 내놓고 있다. 반면 시급하고 중요하지만 국민들 사이에서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국정현안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부채가 심각하고 만성적인 적자 재정구조인 상황에서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정부 선심성 정책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선거전이 본격화되면 각 정당이 쏟아낼 정책공약과 맞물려 결국 정책혼선만 부추기는 공약(空約)에 그칠 것이란 비난도 일고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관권을 동원한 명백한 불법 사전선거운동이라며 강력 대응할 태세이다. 공명선거를 관리하는 중앙선관위도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그러나 여권은 민생안정과 경제회복을 위한 불가피하고 일상적인 국정운영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총선용 선심성 정책 봇물=청와대와 정부의 선심정책으로 의심받는 대표적인 사례는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가 올해부터 오는 2008년까지 추진할 사회복지 장기발전 계획인 `참여복지 5개년 계획`을 확정한 것. 이 계획안은 ▲가사도우미 등 사회적 일자리 36만개 창출 ▲복지분야 자원봉사자수 현재 26만명에서 100만명까지 확대 ▲국민임대주택 52만가구 건설 등을 담고 있다. 그러나 개별 정부부처가 이미 발표한 정책들을 짜깁기한 것에 불과하고 구체적인 재원대책도 뒷받침되지 않아 정책혼선만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박진 대변인은 “설을 앞두고 급조한 모자이크식 탁상행정의 단적인 사례”라며 “예산도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아마추어식 `섞어찌게` 프로그램에 불과하다”고 맹비난했다. 노동부의 정년 60세 의무화와 복지부의 출산 축하금 및 아동수당 지급 정책에 대해서도 선심의혹이 일고 있다. 정년 60세 의무화 방안은 재계와 노동계 양쪽에서 모두 고용유연성을 떨어뜨리고 근로조건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고령화 대책으로 제시된 출산 축하금ㆍ아동수당 지급도 연간 1조3,0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부는 이 정책을 발표하면서 아무런 재원조달 방안도 내놓지 못했다. 노 대통령이 취임 후 2개월 줄였던 병역복무기간을 1년도 안돼 추가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한 것 역시 청년층 표심을 노린 전략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김진표 부총리겸 재경부 장관이 하루만에 갑자기 공공부문의 추가 일자리 창출 숫자를 4만개에서 8만개로 늘리겠다고 한 것이나 건교부가 경부고속철도 개통시기를 당초 4월30일에서 총선 전인 4월1일로 앞당긴 것 역시 선심논란을 빚고 있다. ◇정작 중요사안은 손 놔=정부는 정작 국익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민심을 자극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칠레 상원에서 통과됐으나 우리나라 국회에서는 두차례나 무산된 한ㆍ칠레 FTA(자유무역 협정) 비준안과 국회에 제출됐으나 국방위에 상정조차 안된 이라크 추가파병안 국회처리를 위해 정부는 반대세력에 대한 적극적인 설득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특히 찬반양론이 팽팽한 이라크 추가파병과 관련 총선 전 불필요한 논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파병시기를 4월말에서 6월말로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임시방편으로 쌀 시장 개방 재협상 개시에 맞춰 쌀의 관세화 유예를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 무작정 시간벌기에 나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고령화대책으로 출산축하금ㆍ아동수당을 지급하겠다면서도 고령화대책의 핵심인 국민연금구조 개편방안은 발표내용에서 제외했다. 정부는 국민연금제도를 수급안정을 위해 `보험료는 더 내고 연금은 덜 받는 구조`로 바꾸는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국회심의과정에서 의원들간의 이견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복지정책 등을 통해 민생에 앞장 서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그러나 총선이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미묘한 시점에 엄정한 선거중립이 요청되는 정부 각 부처가 앞다퉈 선심성 의혹을 살 수 있는 정책을 남발, 공명선거 분위기를 해치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꼬집었다. <구동본기자 dbkoo@sed.co.kr>

관련기사



구동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