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건설업, 지난해를 돌아보며

대·중소업체간 양극화 심해져<BR>지방 건설산업 활성화 대책을

올 한해도 건설 관련 제도와 정책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달라진 주요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입찰제도와 관련해서는 최저가낙찰제 적용 범위가 500억원 이상 입찰자격사전심사(PQ) 공사에서 300억원 이상 모든 공사로 확대됐다. 이와 더불어 새로운 저가심사제도가 도입됐다. 등급제한 공사에 있어 실적 기준이 완화됐으며 턴키입찰 등 입찰방법 심의기구는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회로 일원화됐다. 건설산업기본법령에서는 소규모 건설공사의 직접시공 의무조항이 신설됐으며 뇌물 제공 건설기업에 대한 처벌이 대폭 강화됐다. 건설업역에 관한 규제도 곧 철폐돼 일반과 전문 업종의 상호 진출이 허용될 전망이다. 새롭게 등장한 민간자본유치사업(BTL)방식의 사업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과 해외건설이 역대 최고의 실적을 기록한 것도 올해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주택 분야에서는 정신 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무수한 정책이 발표됐다. 대표적인 것만 꼽아봐도 지난 2003년의 10ㆍ29 주택시장 안정대책, 2005년의 8ㆍ31 부동산 종합대책, 올해 3ㆍ30 및 11ㆍ15 부동산시장 안정화대책 등이 있다. 초창기의 대책들은 보유세 및 양도세 강화, 재건축 규제, 투기지역 지정, 실거래가 신고 등 주택수요 억제를 위한 조치가 주종을 이뤘다. 최근의 대책들은 금융 규제, 분양제도 개선 등과 함께 신도시 개발 등 공급 확대조치를 포괄하고 있다. 세제와 규제를 통해 국민의 상대적인 박탈감(소위 배아픈 문제)을 해소했다고 볼 수 있으나 그 폭과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수요관리정책이 주택의 절대적인 부족(배고픈 문제)을 해결하지 못하자 11ㆍ15대책에서 공급대책이 제시됐으나 필요한 곳에 적정가격으로 공급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건설ㆍ주택정책의 산업에 대한 파급 효과는 규모별 및 지역간 양극화 현상으로 나타났다. 공공 발주처는 저가투찰에 대한 우려에서 턴키발주를 늘렸으며 복지에 밀린 시설예산의 삭감으로 BTL사업이 늘어났는데 이러한 발주방식의 특성상 대기업의 턴키 및 민자사업의 수주가 증가했다. 아울러 해외건설의 호조에 힘입어 대기업들은 비교적 좋은 실적을 거뒀다. 반면에 중소 업체는 본연의 전통적인 시장이 축소되면서 발주물량의 급격한 감소를 경험했다. 수주의 질도 저가심의의 강화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낙찰률이 하락하면서 극심한 경영 애로를 겪었다. 윤리경영, 건설문화, 상생 협력이 새로운 코드로 등장했다는 것은 바람직한 변화로 평가된다. 양극화 추세는 민간 건축 부문으로 이어졌다. 수도권 일부 버블지역을 대상으로 한 부동산정책이 전국에 획일적으로 적용됨으로써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지방 주택시장이 붕괴돼 지방 업체들은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반면 수도권 주택시장은 정부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요동을 쳤으며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정부도 인식하고 대처방안들을 새롭게 검토하고 있으나 예산의 한계와 시장지향적 정책 기조를 감안할 때 근본적인 대책이 나오기는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 세밑에 대지임대형, 또는 환매조건부 등 소위 ‘반값 아파트’ 공급을 위한 정책이 활발히 제시되고 있는데 과연 이러한 논의가 유효수요를 촉진하고 침체된 지방의 주택경기를 살릴 수 있는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건설 부문 자력으로 경기를 반전시키기 어렵다면 우리 경제 전반이 개선되고 그 유발수요에 편승하는 방안이 있으나 내년도 경제전망을 보면 이 또한 기대 난망이다. 대부분의 연구소가 내놓고 있는 경제전망치는 올해만도 못한 내년을 점치고 있다. 한국은 현재 주거 불안, 교육 불안, 고용 불안, 노후 불안의 4대 불안을 겪고 있으며 경제는 정책신뢰 상실, 유동성 함정, 부동산 블랙홀, 교역 조건 악화의 4대 함정에 빠져 있다고 한다. 건설산업이 그 한 가운데 놓여 있는 것 같다. 어려운 한해를 넘긴 건설 업계에 희망을 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김 흥 수 <건설산업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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