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CEO 칼럼] 한국관광에 등 돌리는 유커

정명진 코스모진여행사 대표


코스모진여행사 정명진 대표


우리나라를 찾는 대륙의 손님 '유커'들의 위세가 만만치 않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9월 국내 관광수지가 28개월 만에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그 바탕에는 유커의 급속한 증가가 있다. 이 추세라면 단일 국가로는 처음으로 연내 600만명 돌파까지 예측된다.


유커 증가는 국내 관광산업의 내면도 빠르게 바꾸고 있다. 대표적 관광지인 명동의 길거리는 쇼핑을 즐기는 중국인들로 가득하고 이들이 좋아하는 붉은색 플래카드에 중국어 안내판까지 익숙하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유커들이 대거 입국하는 공항 인근에서는 관광호텔 개발이 한창이다.

유커 증가에 따른 관광산업 성장은 침체된 내수 시장 곳곳에 활력을 불어넣는 시너지를 가져왔다. 최근 한국 관광산업은 유커의 발길에 좌지우지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가 됐다.

그렇다면 유커 관광 시장은 과연 핑크빛이기만 할까. 쓴소리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중국 국가여행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관광산업 매출은 전년에 비해 14% 증가한 2조9,500억위안(약 4,808억8,000만달러)이며 해외여행을 한 중국인은 18% 늘어난 9,820만명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이 중 한국을 찾은 중국인은 단 5%에 지나지 않는다. 반대로 말하면 그 외 95%에 해당하는 대다수의 중국인들은 한국을 방문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유커 5%만 방한·재방문도 적어


중국 해외관광객 중 단 5%만이 방한하고 있는데도 매스컴이 연일 보도할 정도로 국내 관광산업이 들썩들썩하는데 그 수를 10%, 30%로 확대할 수만 있다면 이로 인한 경제효과는 어떠할까.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이 자명하다.

관련기사



실제로 유커는 세계적으로도 신경을 쓰고 있는 관광업계의 '큰손'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오는 2030년까지 해외로 떠나는 아시아 여행자 중 40%가량을 유커가 차지해 이들이 여행과 관광에 1조8,000억달러를 지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커들은 특히 1인당 소비 지출이 높아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관광 인프라가 훌륭하고 쟁쟁한 경쟁국들도 유커 모시기에 사력을 다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는 오는 손님 맞기에만 급급하다는 것이다. 정책·시스템 등 관광 서비스 증진을 위한 노력을 뒷전으로 미루고 있는 우리의 답답한 현실을 직시해본다면 그나마 잡고 있던 5%의 유커들도 언제 다른 나라로 빠져나갈지 모른다.

관광업계에서는 이미 유커들이 한국을 떠나는 조짐을 느낀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런 우려는 통계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한국을 재방문한 유커의 비율은 일본인(69.1%)·홍콩인(40.1%) 관광객보다 낮은 26%에 그쳤다. 한국 관광 만족도가 낮다는 방증이다. 장기적 전략이 없는 저가 관광상품만으로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려 한다면 결국에는 관광대국 반열에 본격적으로 오르기도 전에 외면받을 수 있고 이로 인해 우리 관광산업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현재의 유커 의존증 점검과 대책 마련이 필요한 이유다.

한국 관광의 발전을 위해서는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가 절실하다. 이제라도 우리는 유커 확대를 위한 양질의 관광 콘텐츠 개발, 선진 관광 시스템 도입, 다양한 해외 마케팅 실행 등 관광 인프라 구축에 힘써야 한다.

황금알 낳도록 인프라 구축을

예전과 다르게 중국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급속한 발달로 관광 후기 및 그에 따른 파급 효과도 커진 만큼 관광의 질 자체를 높여야 길이 열릴 것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와 함께 저품질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행사에 대한 규율과 영세 여행사를 지원할 수 있는 국가 정책도 필요하다. 또한 기업과 국가기관 등 관광업계가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리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적절한 '유커 처방전'으로 대응할 것인지 무방비로 '유커 앓이'를 할 것인지 기로에 서 있다. 문제의식을 느낄 때가 시작이라는 말이 있듯 민과 관이 하나가 돼 해법의 실마리를 모색하고 우리 관광산업의 청신호가 더욱 밝게 켜질 수 있도록 밑그림부터 다시 그려야 한다. 중국의 최인접 국가라는 이점을 살려 국내 관광산업도 유커 시장 확대와 함께 거듭 발전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