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칼 뽑은 국세청… 조세피난처 탈세 혐의 23곳 세무조사

효성 등 대기업 포함… 관세청은 뉴스타파 공개 12명 불법외환거래 등 분석


국세청과 관세청 등 세정 당국이 조세회피 지역에 페이퍼컴퍼니(서류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를 세운 역외탈세 혐의자들에 대한 전격 조사에 착수했다. 특히 국세청이 조사에 나선 역외탈세 혐의자에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기업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밝혀져 앞으로 추가조사 과정에서 그 폭은 더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세청은 29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23곳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고 관세청도 뉴스타파가 공개한 조세회피 지역의 페이퍼컴퍼니 설립자 12명의 불법 외환거래 여부 등의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23곳 중 이름 대면 알 만한 기업 포함=조사 대상 가운데 8곳은 버진아일랜드, 다른 6곳은 홍콩, 그리고 나머지 9곳은 파나마를 경유해 탈세를 한 것으로 국세청은 보고 있다. 또 23개 사업자는 법인이 15개, 개인은 8명이었다.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정도의 대기업도 조사 대상에 올랐음을 분명히 했다. 국세청은 다만 조사 대상에 뉴스타파가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설립했다고 공개한 재벌 오너와 임원 12명 가운데 일부가 포함돼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김영기 국세청 조사국장은 "명단이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고 하기는 실무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대기업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역외탈세 조사를 하기 때문에 포함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반면 관세청은 뉴스타파가 공개한 12명에 대해 탈세 가능성이 있는지 정밀분석에 착수했다. 관세청의 한 관계자는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등 12명에 대해 해외의 제3자를 경유한 불법 외환거래 및 역외탈세 가능성 등을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세청은 연말까지 조세피난처를 통한 불법 외환거래와 이를 이용한 자본유출 및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수출입기업에 대해 일제조사에 들어간다.

세정 당국이 역외탈세에 대한 동시에 조사에 착수하면서 그 폭은 앞으로 더욱 넓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뉴스타파가 단계적으로 역외탈세 혐의자를 공개하기로 한데다 국세청도 미국과 영국ㆍ호주 국세청이 확보한 역외탈세 의심 정보 가운데 일부를 입수해 정밀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에 대한 세무조사가 언제 결실을 가져올지는 속단하기 힘들다. 김 국장은 "(역외탈세 혐의 23곳에 대한 조사는) 한 달 이상은 당연히 걸린다"고 말했고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사안에 따라서는 1~2년 이상 소요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페이퍼컴퍼니 이용한 탈세…수법도 제각각=역외탈세의 수법도 제각각이다. A사는 해외 거래처가 주는 무역 중개수수료를 해외에 개설한 스위스 비밀계좌로 몰래 받은 뒤 신고하지 않거나 버진아일랜드의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금융상품 등에 투자하고 투자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것이 적발돼 조사를 받는다. B사는 해외 수입 무역거래를 국내에서 수행하면서도 홍콩 페이퍼컴퍼니가 하는 것처럼 위장해 수익을 해외로 이전하고 수익 가운데 일부는 사주의 버진아일랜드 페이퍼컴퍼니에 은닉했다. 또 C사는 중국 현지공장에 위탁 생산한 제품을 직원 명의로 설립한 홍콩의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수출하는 것처럼 위장해 이익을 홍콩에 은닉한 것이 국세청에 적발돼 세무조사를 받는다. 김 국장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단순히 재정수요 확보의 방편이 아니라 과세 형평성을 높여 사회통합을 도모하는 조세정의 확립 차원에서 흔들림 없이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세청은 올해 초부터 5월 말까지 83건의 역외탈세를 조사해 탈루세액 4,798억원을 추징했고 별도로 45건도 조사하고 있다.

국세청은 동시에 영세기업에 고금리로 자금을 대여하고 폭력 등 불법추심 행위를 일삼는 사채업자,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가맹점을 착취한 프랜차이즈 본사, 편법으로 수강료를 인상하고 탈세한 고액 학원사업자 등 46명에 대해서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프랜차이즈 업체는 전국 단위의 대규모 업체가 포함됐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또 가짜 석유 제조·판매 혐의자 66명을 조사해 탈루세금 503억원을 추징하고 이와는 별도로 30명에 대해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철균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