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정경유착의 근절/황광구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기고)

앞으로 어떤 대선후보가 더 나올지 모르지만, 거대 3당의 대선후보가 연말 대통령선거의 최종 우승을 위해 출발선에 섰다. 그런데 유감스러운 것은 한보사태와 같은 대형 정경유착 사건을 통해 국가전체를 혼란에 빠뜨린 3당이 정형화된 패턴대로, 드러난 소수의 당사자를 감옥에 보내는 것으로 종결지으려 할 뿐 정경유착의 원인에 대한 진단이나 처방은 내놓지 않고 상대방의 비방이나 자기변명으로 일관하더니 자기 집안일을 핑계로 어물쩍 넘어가버렸다.이제 각 대선후보와 그 집안식구들은 분명히 이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고 행동으로 실천해야 할 시기가 왔다. 일반적으로 정경유착의 문제는 공공재 및 외부효과를 발생시키는 재화 등과 같은 「시장실패」를 일으키는 재화의 공급과 재정·금융정책 등의 거시경제정책의 수행과 관련이 있다. 특히 정치권이 해당 재화 및 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수요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특정 수요자집단의 압력이나 이해를 사회적 수요로 둔갑시키고, 관료집단이 구체적인 수요량과 기업의 공급능력을 파악하여 사회적 최적 공급량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특정기업에게 예상공급량에 관한 각종 정보를 제공하거나 다른 기업을 배제할 여러가지 수단을 강구하기도 한다. 그런데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취하는 모든 나라가 공유한다고 하더라도 이같은 정경유착 메카니즘이 유독 한국에서 왜 그 정도가 심한가에 대한 해답은 세가지 측면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소선구제를 바탕으로 한 의회제도와 지구당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조직운영에 기인한다. 이는 합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정치자금이 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상황하에서 선거를 치르고 지구당을 운영하는데서 비롯되며 단기간에 대규모 정치자금을 조달할 수 밖에 없는 정치권이, 집권후 또는 당선후의 이권을 미끼로 불법적인 비자금을 조성할 능력이 있는 대기업집단으로부터 불법적으로 정치자금을 모금하려는 유혹을 강하게 받기 때문이기도하다. 둘째, 비대한 행정조직 및 과다한 관료의 수에서 발생하는 시장에 대한 수많은 진입.퇴출규제와 경쟁의 원리가 거의 작용하지 않는 경직적인 구조를 갖는 관료조직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는 관료집단에 의해 만들어지고 또한 관료의 수에 비례해서 늘어나는 시장의 진입·퇴출에 대한 각종규제와 재량적 정책이 아니라면 기업이 정치권과 직접 불법적인 거래를 할 유인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셋째, 시장에서의 경쟁을 기피하고 이윤보다는 외형적 성장에만 관심이 있는 기업의 행동양태에서 기인한다. 이는 60년대 이후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하기 보다는 정치권과 관료집단의 보호아래 성장해온 대기업집단이, 정치권과 관료집단의 행동양식이 변하지 않는 상태에서 과거와 같은 행태로 기업을 운영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상과 같은 고질적인 정경유착 해결방안은 첫째, 지역에 따라 표의 등가성이 무시되고 있는 소선거구제를 표의 등가성을 반영한 중·대선거구제로의 이행하고 지구당제의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치개혁 실시에서 찾을 수 있다. 둘째, 행정조직의 대폭적인 통폐합과 과감한 관료수의 축소를 통해 시장에 대한 각종 규제를 혁파하여 경제적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도록 행정개혁을 시행해야한다. 셋째, 기업활동은 시장에 맡겨서 기업 스스로가 자기의 운명을 결정하도록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첫번째와 두번째 방안은 정치권및 대통령의 의지문제로, 전자는 지방자치제도의 정착과 더불어 쉽게 정착할 수 있으며, 후자는 민간보다 「현명한」 관료집단을 민간부문에서 활동케함으로서 자원의 효율적인 재분배가 이루어지면 정경유착을 줄이고 작은 정부도 이룰 수 있어 국가 전체로는 일거양득이 될 것이다. 세번째 방안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그리 걱정할 것이 없다. 왜냐하면 정치권과 관료집단이 자기들의 활동을 방해하지 않는 한 시장이 가장 훌륭한 교사이며 동시에 약속의 땅인 것을 기업 스스로가 깨닫지 않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황광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