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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Baroque)는 서양 역사를 통틀어 가장 화려하고 역동적이었던 예술 사조로 르네상스 이후 17~18세기 유럽 문화의 전반에서 나타났다. 절대왕권을 중심으로 한 근대적 국가체제 성립과 종교개혁, 신대륙 개척 등으로 당시 유럽은 역동적 기운으로 가득 찼고, 이것이 바로크 양식에 투영됐다. 후기에는 자연스럽게 로코코(Rococo)로 넘어가 더 장식적인 비대칭적 형태로 격정적인 감성을 드러냈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은 세계문명전의 일환인 기획특별전 '바로크ㆍ로코코 시대의 궁정문화'를 3일 개막해 17~18세기 유럽 군주들의 화려한 애장품을 한 자리에서 보여준다. 그 시절 왕들 사이에는 담배갑 수집이 유행했다. '영국 찰스 1세의 초상을 새긴 담배갑'은 화려한 금세공으로 왕과 왕관, 태양을 장식해 왕권신수설을 상징했다.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왕이 애장한 300개가 넘는 코담배갑 중 하나인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코담배갑'은 녹색 장식돌인 녹옥수(綠玉髓) 몸체에 분홍색 다이아몬드와 홍옥수(紅玉髓) 등으로 화려하게 장식돼 있다. 승리를 자축하며 승전지 지도를 그려 넣은 담배갑과 최신 무기들로 장식한 담배갑도 볼 수 있다. 한편 당시 유럽은 정부(情婦)를 공인하는 분위기였다. 유부녀였음에도 사보이공작, 찰스2세 등의 사랑을 받으며 전 유럽에 후원자를 두고 살았던 마자랭 공작부인(오르텐스 만치니)의 얼굴이 그려진 팬던트를 볼 수 있다. 루이 14세의 정부였던 몽테스팡 후작부인의 호화로운 궁정생활을 보여주는 부채그림은 건축과 복식 연구를 위한 사료적 가치도 높다. 로코코미술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화가 프랑수아 부셰는 루이 15세의 정부 퐁파두르 후작부인의 초상화만 7점을 그렸다. 그 중 1점이 전시됐는데, 발그레하고 사랑스러운 볼과 옆에 놓인 책이 암시하는 그녀의 지성미가 전원 속에서 빛나고 있다. 남성용 장신구도 다양하다. 스페인 펠리페 3세의 아들들을 위해 만든 갑옷에 딸린 의례용 장갑은 시리아에서 수입된 상감기법, 금실ㆍ은실을 사용한 화려한 문양으로 뒤덮여 있다. 행진 중 과시하는 용도라 손목과 손등부분만 있고 손바닥은 뚫려있다. 예나 지금이나 남자들은 최첨단 기계에 열광했다. 최첨단 무기인 영국 조지2세의 공기총과 프랑스 루이15세의 화승권총에 새겨진 세부장식은 화려함의 극치다. 그러나 한 번도 쏜 적 없는 총들이다.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시대인 1700년대에 제작된 여행용면도기세트는 당시 유행한 '투왈렛'의식을 짐작케 한다. '투왈렛'은 손님들을 불러 면도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면도기 자랑까지 겸하던 자리였다. 조각가 지안 로렌조 베르니니가 제작한 '토마스베이커의 흉상'은 당대 최고의 댄디(dandy)한 멋쟁이다. 일부러 헝클어놓은 머리와 정돈된 콧수염에 어깨를 덮은 레이스 장식이 포인트로 이번 전시작 중 보험가가 가장 높은 작품이다. 이 외에도 벽장식용 카페트인 태피스트리와 바로크식 인테리어로 재현해 놓은 방, 상아와 거북등껍질로 장식한 바로크식 가구, 유행하던 옷과 신발까지 전시됐다. 때와 장소에 맞는 숙녀의 머리모양을 그림을 곁들여 설명한 안내책자도 눈길을 끈다. 양희정 학예연구사는 "군주와 지식인들이 자신의 업적을 강조하고 교양ㆍ재력을 과시하는 목적으로 장식품을 다양하게 사용했다"라면서 "오늘날 우리 눈에 익숙한 바로코와 로코코 문물이 어디서 시작됐는지를 보여주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101점의 전시작들은 장식컬렉션으로 세계 최고인 영국 빅토리아ㆍ알버트박물관에서 빌려온것으로 전시는 ▦유럽 궁정의 미술후원▦권세와 영광▦종교적 장엄▦실내장식▦패션과 장신구의 5개 분야로 구성됐다. 8월28일까지. (02)2077-9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