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돈으로 수입차 배만 불리는 거 아닙니까?"
서울시의 전기차 민간보급 사업에서 BMW의 'i3'가 인기를 끌면서 수입 고가 브랜드에도 국내 생산 차량과 똑같이 거액의 보조금을 주는 것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자들에게 세금을 퍼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서울시는 182대 규모의 전기차 민간보급 사업을 벌이고 있다. 요건에 맞춰 신청하면 추첨을 통해 지원대상자를 결정한다. 국가유공자·장애인용이 20대, 일반시민 112대, 서울 소재 사회적기업·중소기업 50대다. 서울시는 △기아차 레이·쏘울 △르노삼성 SM3 ZE △GM 스파크EV △BMW i3를 대상으로 신청자에게 차량을 고르도록 했다.
마감일(18일)까지 다소 시간이 남아있지만 지난 13일까지 접수된 신청 차종을 보면 기아차의 쏘울이 77대로 가장 많고 BMW의 i3도 71대나 됐다. SM3는 53대였고 레이 22대, 스파크 5대 순이었다. 쏘울이 근소한 차이로 i3를 누르고 높은 선호를 받고 있지만 국가유공자나 장애인, 사회적기업 등이 수입 브랜드인 BMW를 신청할 가능성이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반 시민 상당수는 쏘울보다 i3를 선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BMW의 i3는 서울시처럼 전기차 민간보급사업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는 제주도에서도 지난달 30대가 팔렸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의 전기차 민간보급사업에서 BMW의 i3가 선전하면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값비싼 수입 브랜드를 지자체가 나서서 보급을 지원할 필요가 있느냐는 점에서다. i3는 2,000만원의 보조금(정부 1,500만원, 서울시 500만원)을 받아도 LUX 모델은 3,750만원, SOL 모델은 4,340만원이나 한다. 1,500만원인 레이나 1,990만원의 스파크보다 2배가량 비싸다. 쏘울(2,250만원)이나 SM3(2,338만원)보다도 1,400만~2,000만원이나 높다. i3 가격은 현대차의 준대형 차량인 그랜저(3,024만~3,875만원)를 살 수 있는 가격이다.
서울 대흥동에 사는 김태현 씨는 "전기차 보급 확대라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준대형차를 살 수 있는 정도의 여력이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국민 세금을 지원해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가격뿐 아니라 BMW i3의 경우 국가경제 기여도가 낮은 수입 차량이라는 점에서 보급 지원 대상에 포함시킨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기아차는 물론이고 SM3 ZE는 부산공장에서, 스파크 EV는 창원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르노삼성이나 한국GM도 외국 업체이긴 하지만 국내 사업장에서 제품을 생산, 일자리 창출에 일조하고 있다. 이에 반해 i3는 직수입 모델이다.
서울시와 환경부는 통상 문제 때문에 BMW만 제외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BMW 생산국인 독일은 우리나라나 미국 등과 달리 정부가 전기차 구매자에게 보조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고 세제 혜택 정도만 제공한다. 이는 우리나라도 적용하고 있다. 정작 i3의 원산지인 독일은 국내 업체가 생산, 수출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지 않는데 우리나라는 독일차인 BMW에 보조금을 줘 판매량을 늘리는데 도움을 주는 꼴이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공급협약을 맺을 때 차량 가격을 제한하는 등 국내외 차량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BMW 측은 이에 대해 "BMW는 한국에서 꾸준히 사업을 펼쳐왔고 전기차 충전기 보급사업을 펼치는 등 기여한 바가 많다"며 "선택은 결국 소비자가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