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색자본의 먹잇감이 바뀌고 있다.'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의 큰손인 중국의 M&A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초기 중국의 M&A가 '세계의 공장'을 돌리기 위한 에너지 및 자원 확보에 주력했다면 최근에는 글로벌 1위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민간기업 M&A가 두드러지고 있다. M&A가 늘어나면서 중국의 해외직접투자(FDI)도 올해 순유입에서 순유출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중국의 FDI가 올해 처음 순유출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중국의 대외 FDI는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물론 지난해 중국으로 들어온 FDI가 1,240억달러로 여전히 순유입된 상황이지만 중국의 해외자산 매입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며 올해는 상황이 역전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M&A는 외형적 성장과 함께 내용 면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 국가전략 차원에서 국유기업들이 에너지 자원 확보에 거대자금을 투입했다면 지난 2012년 이후에는 민간기업들의 경쟁력 확보 차원의 M&A가 확대되고 있다. 실제 2011년까지 중국 M&A의 90%가 에너지 기업에 집중됐다. 중국석유화공(SINOPEC),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CNPC),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 등이 인수한 석유광구 및 개발회사의 규모만도 1,990억달러에 달한다. 특히 CNOOC는 지난해 초 캐나다 석유업체 넥센을 151억달러에 인수하며 북미대륙에까지 손을 뻗쳤다.
홍색자본의 글로벌 M&A 시장 공략은 2012년 이후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민간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업사냥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4조달러가 넘는 보유외환을 바탕으로 한 차이나머니의 기업사냥은 거칠 것이 없다. 중국 경제일보는 지난해부터 올 5월 말까지 중국 기업들의 M&A 규모가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며 거대자본과 거대 내수시장을 무기로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M&A 시장의 포식자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민간기업들의 M&A 전략은 세 가지 원칙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우선 인수 후 글로벌 1위 업체가 되거나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 또 인수한 기업이 시장진입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해야 한다. 지난해 5월 중국 최대 육가공 업체 솽후이의 미국 육가공 업체 스미스필드푸드 인수는 이러한 원칙에 부합한다. 합병된 업체는 세계 최대 육가공 업체로 자리를 굳히는 동시에 선진 위생안전 노하우와 북미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지난 1월 롄샹(레노버)의 모토로라 스마트폰 인수도 마찬가지다. 29억달러의 M&A로 롄샹은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3위로 급부상했다. 롄샹은 이어 IBM의 서버사업부도 23억달러에 인수하며 오러클·IBM 등이 독점하고 있는 서버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최근 중국 M&A의 또 다른 특징은 식음료 업종의 인수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22일 이스라엘 유제품 업체인 트누바푸드의 지분 56%를 26억달러에 인수한 광밍식품은 호주·영국 등의 식품업체와 프랑스 와인 업체까지 인수했다. 식품회사인 중량도 올 2월 네덜란드 곡물회사인 니데라 지분 51%를 15억달러에 인수했다.
부동산 업체들의 M&A도 새로운 유행이다. 최근 할리우드 영화산업에도 투자한 푸싱은 지난해 6월 5억5,600만유로에 프랑스 리조트체인 클럽메드 인수에 나섰고 완다는 같은 달 영국 럭셔리 요트업체 선시커를 3억파운드에 사들였다. 푸싱은 올 들어 포르투갈 보험사까지 10억유로에 인수했다.
하지만 글로벌 M&A 시장의 포식자로 부상한 중국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과 함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세계 통신장비 1위 업체인 화웨이의 미국 기업 M&A 시도는 안보위협을 우려하는 미 정부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블랙베리나 알카텔루슨트 등의 인수후보로 화웨이가 떠올랐지만 정치적 압박으로 실패했다. 또 본사가 아닌 해외법인이 M&A를 진행하다 보니 중국 중앙정부의 통제를 벗어난다는 점도 문제다.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M&A 작업은 투명한 거래를 방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