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10년 카네기연구소의 기금은 2,200만달러, 하버드대는 2,300만달러, 예일대는 200만달러였다.
거의 1세기가 지난 2006년 기준으로 카네기연구소의 기금은 7억2,000만달러로 늘어났다. 반면에 규모가 비슷했던 하버드대는 292억달러로 카네기연구소의 40배 정도가 됐다. 예일대도 기금 규모가 180억달러로 25배나 불어났다.
왜 이런 차이가 났을까. 예일대의 기금을 운용하는 전설적인 투자책임자 데이비드 스웬슨은 기금 운용수익률, 기금 지출 등이 이러한 차이에 영향을 주기는 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기부금의 유입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즉 기금이 존속하기 위해서는 운용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부로부터 지속적으로 기부금을 끌어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노후를 위해 축적하는 연금자산도 마찬가지다. 운용수익뿐 아니라 장기간 계속 돈을 불입하는 것이 연금자산을 불리는 데 가장 중요하다. 예를 들어 매년 100을 30년 동안 불입하는데 갑은 중도에 전혀 찾지 않는다고 하자. 반면 을은 10년째 되는 해에 자산의 30%를 인출하고 20년째 또 자산의 30%를 인출한다. 병은 10년째에 50%를, 20년째 되는 해에 또 자산의 50%를 인출한다고 하자. 운용수익률은 5%라고 가정하자. 30년 만기 때 병이 찾는 돈을 1이라고 하면 을은 1.5를 찾고 중도에 전혀 인출하지 않은 갑은 병이 찾는 돈보다 2.2배나 많은 돈을 찾게 된다.
필자는 1994년에 개인연금이 도입됐을 때 무엇인지도 잘 모르고 매월 10만원씩 불입하면서 자동이체해두고 있었다. 20년이 지난 현재 연금 잔액은 약 6,000만원이 됐다. 여기에다 소득공제 받은 금액까지 감안하면 더 많아질 것이다.
연금으로 노후를 잘 대비하기 위해서는 연금을 계속 불입하면서 쌓인 자산을 중도에 인출하지 않고 놓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복리수익률이 가장 높게끔 운용을 하는 것은 그다음이다. 수익률이 높아도 중도에 목돈을 찾아가버리면 연금자산이 쌓이지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퇴직연금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확정급여형(DB)이든 확정기여형(DC)이든 직장을 옮길 때는 쌓였던 퇴직연금을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로 옮긴다. 직장을 자주 옮길수록 IRP 계좌에 퇴직연금 자산이 많이 쌓인다. 그런데 IRP 계좌에서 인출할 때는 퇴직소득세 납부 이외에 별다른 제약이 없다. 이번 사적연금 대책에서는 55세 이후에 퇴직연금을 일시금으로 찾지 않고 연금으로 찾으면 일시금으로 찾을 때보다 세금 면에서 유리하게 해놓기는 했다. 하지만 퇴직 때 연금으로 묶어둔다고 하더라도 그 전에 이직할 때마다 IRP 계좌에서 돈을 대부분 찾아 써버렸으면 효과가 없다. 퇴직 전 중간 기간에 인출할 수 있는 여지를 줄이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