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기술강국 코리아] 2부. 신기술이 여는 새 시장 <2> 감성을 깨워라

소리·냄새까지 원하는 대로 … 인간과 소통하는 자동차 나온다

현대·기아차 첨단 기술에 오감 만족 감성품질 접목

운전자 시선·움직임 따라 실내 기능 알아서 컨트롤

상쾌한 향 마음대로 조절 기분 좋은 엔진음 선택도


"기계인데 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편해야 합니다. 설명서가 아닌 직관만으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하지요. 더 나아가 기계가 인간의 오감을 만족시켜 마음을 움직인다면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감성품질이라고 하겠습니다." 지난해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만난 한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 회사 관계자는 '감성품질'에 대해 이같이 정의했다. 요즘 자동차는 기계적인 완성도는 기본이고 감성품질까지 갖춰야 소비자로부터 흔들림 없는 사랑을 얻는다. 독보적 감성품질을 갖춘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 3사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오히려 큰 폭으로 성장한 사례는 산업계 전체에 교훈을 줬다. 질 좋고 값싼 제품의 시대는 갔고 앞으로는 감성을 담은 제품이 시장을 이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감성품질은 하루아침에 나오지 않는다. 오랜 시간 '인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만 결과가 나온다.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인 한국도 인간의 감정을 움직이는 차를 만들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격화하는 사용자경험(UX) 경쟁=감성품질을 이해하려면 사용자경험(UX·User eXprience)을 먼저 알아야 한다. 사용자경험이란 소비자가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겪는 감정·태도·행동 등 모든 인지반응이다. 이는 제품의 기능뿐 아니라 아름다움·편의·재미·느낌 등에서도 비롯된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최근 보고서는 "글로벌 기업은 고객에게 긍정적인 UX, 즉 즐거움·익숙함·독특함 등의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한다"면서 "UX가 우수한 제품은 기술, 예술적 감각, 정보설계, 상호작용설계 등 과학적 지식의 종합체"라고 설명했다.


한 사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생산의 시대, 기술의 시대를 지나 21세기는 '기술+감성'의 시대"라면서 "감성이 구매의 결정적 요소로 부상해 기술력과 감성파워를 결합시켜야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글로벌 강자들 간 경쟁에서는 기술보다 감성에 의해 우열이 결정된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특히 자동차 분야에서는 감성이 더욱 중요하다. 유행과 개성을 담고 사용자의 라이프 스타일까지 표현하는 제품이 바로 자동차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는 우수한 UX를 제공해 감성품질을 높이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디자인을 고도화하고 각종 안전·편의장치들을 장착해 고객의 감성을 만족시켜 브랜드 프리미엄을 높이기 위해서다.

실제로 마르틴 빈터코른 폭스바겐 회장은 2002년 아우디 회장에 취임하며 '자동차는 느낌'이라는 모토 아래 '감성'을 슬로건으로 정했다. 그 이후 아우디의 이미지와 경쟁력이 크게 제고된 것은 유명한 사례다. BMW는 자동차의 냄새까지 연구한다. 뮌헨에 있는 화학환경연구소에서 신차 냄새를 중화시키는 연구를 진행해 그 성과를 부폼소재 선택에 활용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배기음을 각각 차종의 개성으로 설정하고 설계단계부터 신경 쓰는 것도 유명하다.


◇디자인에서의 성과를 오감만족으로 확대=한국 자동차 업계가 감성품질 중 가장 먼저 성과를 낸 분야는 디자인이다. 세계 자동차 업계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최근 수년간 급성장한 가장 큰 이유로 디자인을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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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는 지금까지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도 가장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양산차의 기반이 되는 콘셉트카를 지속 개발해 국제 모터쇼에 출품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는 기아차 미국디자인센터에서 디자인한 'GT 스팅어'를, 지난해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는 '니로'를 선보여 찬사를 받았다.

기아차 관계자는 "한국의 남양연구소, 미국, 독일 등 세 곳의 디자인센터가 치열하게 내부 경쟁하는 시스템"이라면서 "기아차의 역동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디자인으로 표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운전자의 시선과 손의 움직임을 차가 인식해 멀티미디어 등 차내 기능을 컨트롤하는 '3차원 모션 인식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가 콘셉트카 'HCD-14'를 통해 소개한 이 기술이 양산화하면 운전자는 보다 편하게 차와 소통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운전자를 운전에만 집중하게 해 사고 가능성도 낮출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엔진소음은 줄이고 운전자가 원하는 엔진음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능동제어 소음저감 기술(ANC·Active Noise Control)'은 실내로 유입되는 엔진음, 흡·배기음 등의 주파수를 분석한 뒤 역파장의 음파를 스피커로 내보내 소음을 상쇄시키는 기술이다. 소음을 10~20㏈ 정도 낮출 수 있고 흡·차음재 사용량을 줄여 차를 가볍게 만들 수 있다. 여기에 원하는 엔진음 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는 '주행음 구현기술(ASD·Active Sound Design)'을 더하면 기분 좋은 엔진소리를 즐길 수 있다.

이와 함께 현대·기아차는 2만개 이상의 부품에서 발생하는 소리의 주파수, 크기, 음질 등을 분석해 차의 특성과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는 종합적 차량 사운드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청각은 가장 기억에 오래 남는 감각"이라며 "편안함과 즐거움을 담은 종합적 자동차 사운드를 개발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주행감성'을 만드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독일 뉘르부르크링 인근에 '유럽테스트센터'를 완공하고 본격적인 주행성능 개선 연구에 돌입했다. 이 같은 개념에서 처음 나온 차가 현대차 '제네시스'다. 현대차 관계자는 "뉘르부르크링, 영암 서킷, 미국 모하비 주행시험장, 북유럽 혹한 주행장 테스트를 통해 내구성과 주행감을 동시에 향상시키기 위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아차는 지난해 말 브랜드 정체성을 담은 '향(香)'을 만들기도 했다. 기아차는 이 향을 차량뿐만 아니라 판매 및 서비스 공간에도 적용해 브랜드 이미지 통합을 후각 면에서도 구현해나갈 방침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제품뿐만 아니라 마케팅에서도 오감을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오감 브랜딩'의 영역을 확대해나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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