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우유업체 담합 판결이 아쉬운 이유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우유업체에 188억원의 과징금을 매겼다. 이 뉴스가 나가자 여론은 하나같이 우유업체를 질타했다. 아이들이 즐겨 먹는 우유 가격을 담합했다는 사실에 분노한 것이다. 기자도 처음에는 그랬다. 하지만 그 내용을 찬찬히 따져보니 문제가 적지 않았다. 공정위는 서울우유ㆍ남양유업ㆍ매일유업 등 3개사가 지난 2008년 4월부터 1리터 우유에 200㎖ 우유를 1~2개 끼워 파는 행사를 중단하기로 합의한 것을 문제 삼았다. 거래 조건을 담합했다는 게 이유였다. 그런데 이 사안은 다르게 볼 여지도 있다. 예컨대 3개 회사가 큰 우유를 사면 작은 우유를 덤으로 주는 행위는 불공정 거래일 수 있다. 문제됐던 3개 업체 말고 마이너로 분류되는 기업 입장에서는 메이저 회사가 사실상의 염가 판매를 하는 바람에 덩달아 출혈 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마이너 회사는 3개 회사가 덤 증정 행사를 안 하는 때를 시장 점유율을 늘릴 호기로 활용할 수도 있다. 덤 증정 판매는 사실상 할인가에 제품을 판 것인데 이 행사를 하지 않은 것에 과징금을 매긴 것은 월권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물론 공정위는 "담합이 문제지 덤 증정 행사를 하지 않은 것은 문제 삼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담합처럼 애매한 것은 없다. 고위 임원이 만나 합의한 것일 수도 있지만 우유 소비가 줄어드는 판국에 이심전심으로 내린 결정일 수도 있다. 자칫 자의적 해석이 개입될 소지가 있는 대목이다. 특히 우유업체는 가격 경쟁에 혈안인 신세계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의 등쌀 때문에 덤 증정 행사를 전혀 안 한 것도 아니다. 담합이라 몰아붙이기에는 고려할 변수가 많았다는 뜻이다. 물가를 잡아 서민의 가계 주름살을 펴주겠다는 대의 명분에 반기를 들 사람은 없다. 하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공정위 역할에 지나친 힘이 실릴 위험성도 인식해야 한다. 공정위의 사려 깊은 판단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