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목숨 건 사투로 대형 해양참사 막은 2인의 해경

부산 앞바다 선박충돌 사고 당시 온몸을 던져 기름유출을 막은 2인의 해양경찰관이 화제다. 남해해양경찰청 특수구조단 소속 신승용·이순형 경사는 부산 남외항 묘박지에서 급유를 받던 화물선의 연료탱크가 유류공급선과의 충돌로 파손되자 3시간여 동안 사투를 벌여 구멍을 막았다. 이 덕분에 유출량을 사고선박에 실렸던 벙커C유 140만ℓ의 17%인 23만7,000ℓ로 줄일 수 있었다. 2차 피해 우려도 상당 부분 덜었다. 자칫 대형 해양재앙이 될 수 있었던 사고를 최소로 막아낸 이들의 살신성인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우리가 2인의 해경에게 찬사를 보내는 것은 3m 넘는 파고와 바다 위 10m 상공의 아찔함, 콸콸 쏟아지는 시커먼 기름폭포의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든 용감함 때문만은 아니다. 더 큰 재앙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목숨까지 거는 책임의식은 자기밖에 모르는 요즘 세태에 진한 감동을 안겨줬다.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생사를 함께 하는 영상은 신뢰와 단합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웠다. 분열과 갈등이 활개치는 사회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아름다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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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고군분투로 사고가 확산되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지만 해상방재 시스템의 허술함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사고선박이 급유를 받던 당시 부산 앞바다에는 풍랑주의보가 발효된 상태였다. 상식적이라면 당장 중단했어야 했지만 현실은 그 반대였다. 사고선박처럼 250톤이 넘고 길이 35m 이상인 선박에 대한 통제규정이 없었던 탓이다. 규정을 내버려둔다면 비슷한 사고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영웅은 난세에 등장한다고 했다. 이번 부산 기름유출 사고도 해양사고 예방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안전기준이 강화됐더라면 해경이 시커먼 바다 위에서 밧줄 하나에 몸을 의지한 채 사투를 벌이는 위태로운 상황으로 번지지는 않았으리라. 영웅은 언제나 반갑다. 하지만 부실한 시스템 탓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후진성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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